매일신문

대구 일가족 5명 참변 밝혀져

16일 밤 8시 영남대병원 장례식장 한켠엔 중국 효도관광을 나섰다 불귀의 객으로 변해 돌아온 일가족 5명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의 오열로 울음바다를 이뤘다.

장남 박대근(59.대구시 달서구 도원동)씨가 부모 박해수(79)·신연주(78.여)씨께 살아생전 첫 해외여행을 시켜드린다며 여동생 박추옥(56.여.대구시 달서구 본동)씨, 이충택(63)씨 내외와 함께 출국한 것은 지난 11일. 이것이 국내에서 이들의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날이 돼 버렸다.

박씨 유족들은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 4박5일간 해외나들이를 계획한 것이 오히려 불효로 끝나게 됐다며 울음을 터뜨렸다.이씨의 큰형 이창균(66)씨는 "동생이 장인.장모를 모시고 중국에 가게 됐다며, 돌아올때 좋은 선물을 사온다고 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이번 중국 여객기 사고로 대참사를 당한 박씨 일가족들은 다른 73명의 대구·경북지역 탑승객들과 달리 지역 여행사를 이용하지않고 개별적으로 떠나는 바람에 지역민 탑승객 명단에도 오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또 이들의 시신은 훼손상태가 너무 심해 현재까지 확인이 되지 않아 장례식장에는 영정만 모셔져 있는 등 유족들의 슬픔은 더했다.

반면 같은 시각 영남대병원 응급실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건진 김태용(50.대구시 달서구 월성동)·김순애(49.여)씨 부부와 김씨의 친구 이판현(50.대구시 남구 봉덕3동)씨가 부산, 김해 병원에서 옮겨져와 엇갈린 운명의 장난을 연상시켰다.

고교친구 계모임에서 부부동반으로 중국여행을 떠난 이들은 11명 중 4명만 생존이 확인돼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씨는 "하늘이 도와 기적적으로 살았지만 다른 친구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어 가슴이 아프다"며 함께 생명을 건진 친구 김씨의 손을 잡고 흐느꼈다.

또 이씨의 부인 전형선(48.초등학교 교사)씨는 학교일이 바빠 여행을 포기, 사고를 가까스로 면할 수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응급실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이씨에게 다가와 축하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같은날 오후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중국 민항기 추락사고로 고인이된 안선육(44.여.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의 시신이 이날 새벽 사망자 중 처음으로 김해에서 운구돼 안치돼 있었다.

들뜬 마음으로 모임 계원들과 함께 중국여행을 떠났다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아내의 시신 앞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듯 안씨의 남편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유족들은 "안씨의 남편은 갑자기 급한 업무가 생겨 안씨와 함께 중국으로 가지 못해 화를 면했지만 함께 여행갔던 일행 10여명 중 6명이 주검이 돼 돌아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구시 및 경북도 사고대책반에 따르면 16일 대구·경북지역 사망.부상자는 58명 중 6명이 대구시내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생존자 중 김태용(50)·이순애(49)씨 부부와 이판현(50)씨는 영남대병원, 이강대(41.경산시 옥산동)씨는 경북대병원, 박윤원(37.안동시 태화동)씨는 동산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비행기사고로 사망한 안선육(44.여)씨는 16일 새벽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운구돼 장례를 치뤘다. 또 영남대병원 장례식장에 분향소가 설치된 박해수(79)씨 일가족 5명은 아직까지 시신확인이 안돼 영정만 모셔진 상태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