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사 예술세계 진면목 보기

괴이한 글씨, 그러나 법도를 떠나지도 구속받지도 않은 파격의 아름다움. 잘되고 못되고를 따지지 않는다는 불계공졸(不計工拙)경지에 이른 무심한 글씨. 선(禪)의 경지로까지 승화된 예술세계….

'추사체'가 가지는 진정한 개성과 자유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 속에 담겨있는 완당의 솔직한 인생관과 인간적 체취를 물씬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마련된다. 영남대 박물관은 오는 19일부터 5월 17일까지 박물관 2층에서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학자이며 추사체를 완성한 최고의 서예가인 완당(阮堂) 김정희(金正喜)의 학문과 예술을 소개하는 대규모 기획전을 연다.

'완당과 완당바람-추사 김정희와 그의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개인 소장품과 뿔뿔이 흩어졌던 완당의 작품 70여점 그리고 완당의 동료.제자는 물론 완당과 교유했던 청나라 학자의 작품까지 아우르는 130여점을 한데 모았다.

전시 작품도 크게 4개 부분으로 나눠 생애에 따른 추사체의 변천 과정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완당이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학문적 진보를 꿈꾸었던 제주유배 이전 시기, 추사체를 완성하는 인격적 수양 기간이라 할 수 있는 제주도 유배시절, 완당다운 작품이 본격적으로 구사되기 시작해 자유로운 조형미를 생동감 있게 보여주는 강상시절과 북청시절, 불계공졸(不計工拙)의 무심한 경지에 이른 말년의 과천시절이 그것이다.

완당과 교유했던 중국과 국내의 많은 이들의 작품도 함께 소개되는 이번 전시에서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완당의 명품을 다수 소장했던 영남대 박물관 소장품들이다.완당의 말년인 과천시절에 완성한 8곡 병풍 곽유도비임서(郭有道碑臨書)와 추사체 조형미의 진면목과 함께 조촐한 선비의 마음을 전하는 강상시절에 완성한 편액 단연죽로시옥(端硏竹爐詩屋) 등.

개인 소장품들로는 소치 허련이 제주도에서 귀양살이하는 스승의 모습을 그린 '완당선생해천일립상'(阮堂先生海天一笠像), 완당의 난초 그림 중 정법으로 그렸다는 '산심일장란'(山深日長蘭), 타계하던 해 여름에 쓴 '해붕대사화상찬'(海鵬大師畵像讚), 친구 권돈인이 예산의 완당고택에 초상화를 봉안하고 눈물을 흘리며 지은 '완당선생추모시첩' 등 수많은 명작들이 출품된다. 지역에서 비교적 추사가 쓴 현판들이 드문 가운데, 해인사에 있는 추사 현판 '海印寺'와 '佛光'도 전시된다.

이청규 영남대박물관장(문화인류학과)은 "이번 특별 전시회가 영남지역의 학생과 시민들이 조선시대 최고의 지성인 김정희 선생의 학문과 예술세계를 배우고 감상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막식인 19일 오후 3시경 열리는 유홍준 교수의 전시 설명회를 찾으면 완당의 명품 감상에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