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훈장과 죽음...사선의 선택

"우리는 돌격부대원, 전통의 외인부대원이다. 가진 것이라곤 총 한자루밖에 없지만, 악마는 늘 우리와 함께 걷는다…"(프랑스 외인부대 '연대가' 中에서).

남자라면 갖는, 사선(死線)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훈장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먼지투성이 군복이나 차가운 소총,전장의 화약냄새에 대한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이 있다. 극한의 세계는 이렇듯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탓일까.

새책 '외인부대-현존하는 전설의 용병부대 케피블랑 스토리'(임영훈 지음, 들녘.개정증보판)은 프랑스 외인부대 지원입문서쯤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외인부대의 '모든 것'을 담았다. 1831년 창립된 이후 170년간 3만5천회 이상의 전투에서 전설을 만들어 온 세계최강부대에 대한 아낌없는 헌사다.

우리나라 해병대의 팔각모, 특전사의 베레모처럼 외인부대의 상징은 바로 백색 군모, '케피블랑'이다. 외인부대원들의 자부심은 이 케피블랑에 대한 경외심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속한 '외인부대'에 대한 외인부대원들의 신앙에 가까운 자존심은 "레지옹 파뜨리아 노스트라LEGION PATRIA NOSTRA(외인부대는 우리의 조국)"이란 모토로 표현된다.

"외인부대원들은 죽고 싶어하는 사나이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기꺼이 죽고 싶어하는 곳으로 보내줘야 한다". 한 외인부대 지휘관의 말처럼 이들은 늘상 죽음곁에 있다.알제리, 모로코, 시리아, 제1.2차 세계대전, 인도차이나, 걸프전, 사라예보 등 건조하게 쓰여진 전사(戰史)는 마치 야전사령관이 쓴 전투일지의 느낌이다.

외인부대에 대한 다양한 팁과 비하인드 스토리, 지원자들을 위한 Q&A도 실려있다.외인부대에 입대하려면? 1. 만17세부터 40세까지의 사나이 2. 최소계약단위는 5년 3. 첫 번째 계약기간을 '무사히' 마친 사람은 최소6개월단위로 연장가능 4. 1년 365일, 24시간 지원자를 받는다.

외인부대 지원자들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단 오늘날 외인부대에는 범죄자, 탈영병이 거의 없다). 외인부대원들 상당수는 '증발 희망자'다.가족관계나 사회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이 세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어려움에 부딪쳐 자신을 시험해보고픈'모험파'나 '낭만파'도 있다.

최근엔 높은 보수와 프랑스 시민권을 목적으로 한 실리파들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다고 한다.외인부대의 탈영률은 5%가량으로 높다. 재미있는 것은 탈영 뒤 부대가 그리워 다시 제발로 찾아오는 탈영자도 흔해 한 달간 영창을 살고 나면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인부대원들의 자살률도 타 부대에 비해 4배나 높은데, 저자는 "사회에서의 격리감, 자신에 대한 괴리감, 심한 고독, 강한 개성이 자살률이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그런데 전투가 벌어지면 자살지향적인 대원들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공격의 선봉에 선다"고 설명한다.

'외인부대(94년)'의 개정증보판인 이 책이 출간된 후 당시 3, 4명에 불과하던 한국인외인부대원이 지금은 100여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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