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지난해에 이어 재임중 두번째로 21일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전격 참배하는 '깜짝쇼'를 벌였다.
이날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일본 언론들마저 '돌연 참배'라고 표현할 만큼 기습적이고도 속전속결식으로 이뤄졌다.
여러가지 일본 국내외 분위기로 미뤄볼 때 올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쉽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여지없이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올해 5, 6월의 월드컵축구 한일공동개최, 9월 중.일 수교30주년이라는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결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여기에다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가 지난해와 비교해 엄청나게 떨어져 있는 상태인 점,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도 1985년 8월 15일 참배 후 이듬해 참배를 포기했던 점 등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재참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였다.
특히 최근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로부터 22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대제(大祭.마쓰리)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혀 적어도 봄에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휴일, 그것도 아침에 야스쿠니로 향했다. 그는 작년 8월 13일 이뤄진 참배 때와 마찬가지로 '내각 총리 대신' 자격으로 참배했으나, 헌화료 3만엔을 호주머니 돈으로 지불함으로써 참배의 '공.사(公.私)' 경계를 모호하게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그가 이날을 참배일로 선택한데 대해 "(나라) 안팎에 불안과 경계를 안겨주지 않고, 진정한 마음을 담아 참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올해 8월 15일에 참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명한 점이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가 8.15 참배를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이날 참배를 강행하는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도 야스쿠니로 향하기에 앞서 "이날이 타이밍상 제일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의 가을 대제에 참배할 것이라는 보도가 최근 잇따르면서 일본 유족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게 일자, '8.15를 피하면서 유족회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야스쿠니 봄 대제 참배로 방침이 급선회했을 가능성이다. 일본 유족회는 지난해 '고이즈미 총리만들기'의 든든한 후원자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월드컵 공동개최 문제가 걸려 있어 설령 자신이 야스쿠니를 참배하더라도 크게 반발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이미 이달 초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최신 일본사'라는 고교용 역사교과서 검정을 통과했을 때도 한국의 반발이 예상보다 적었던 전례를 고이즈미 총리는 '참고'했을 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의 경우에는 9월에 중.일 수교 30주년을 맞는다는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가을보다는 봄 쪽을 선택했을 개연성이 있다. 한창 중.일간의 관계가 무르익을즈음인 9, 10월에 야스쿠니에 갔다가는 양국 관계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다는우려에서다.
어쨌든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해에 이어 재차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의 위패가봉안된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참배를 강행함에 따라 당분간 한일, 중일관계가 냉각될 조짐이다.
문제는 월드컵 공동개최를 앞둔 한국정부, 중일 수교 30주년을 목적에 둔 한.중양국 정부가 어느 정도의 대응수위를 보이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또 고이즈미 총리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 일본 국민이 과연 이번 야스쿠니 참배를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을 보이느냐도 작년과 같은 '야스쿠니 파문'의 재현여부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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