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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독서교육과 실패한 독서교육을 대비해서 소개할까 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독서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교내에 도서관이랄 게 없었고 있었다 해도 장서가 부족하였다. 집도 마찬가지였다.

밥먹기도 어려운, 온 가족이 우산 하나로 지탱하던 시절이었으니까. 그 때 우리집에서 네 번째쯤 건너 집에 우리 어머니를 언니라고 부르는 녹이네가 있었다.

녹이네는 아버지가 영화사업을 했던 관계로 현금이 넉넉한 듯했다. 집은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집안의 시설은 동네에서 최고였다. 특히 어린 나에게는 그 집의 문화적 분위기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책이 많았고 라디오도 근사한 집이었다.

어느 날 녹이 집에 놀러 갔더니 세계명작전집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영리한 녹이가 그걸 읽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애는 나보다 두살이나 아래였는데도 동화책을 많이 읽은 듯 책 내용에 대하여 자세히 말했다. 나는 주눅이 들어 대꾸도 못하다가 한 권만 빌려 달라고 했다. 밤을 새워 빌린 것을 읽었다. 그렇게 겨우 내 그 집 동화책을 다 가져다 읽었다.

나는 내 아이를 키울 때 궁핍했던 어린 시절을 보상이라도 하듯 훌륭한 독서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젖어 있었다.

안방에는 장롱 대신에 책을 꽂은 서가를 놓았고 아이가 원하기도 전에 서둘러 아이에게 필요할 성싶은 책을 사 들였으며 책 읽는 부모 슬하에 독서하는 자녀가 나온다는 슬로건도 성실히 실천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독서 교육의 실패였다. 이걸 꼭 TV와 컴퓨터 탓으로 돌리기엔 뭔가 켕긴다. 어느 집엔들 이런 기기가 없나. 그런데도 독서를 즐기는 아이들이 꽤 많다.

궁핍이 이유라면 너무 이상할까. 내가 미친 듯이 독서에 열중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집에 책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항상 내 곁에 책이 널려 있었다면 그렇게 허겁지겁 책을 읽었을까. 우리집에 없었기 때문에, 빌려 읽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그런 이유로 지나친 독서 강조, 작위적인 독서교육이 내 아이에게는 독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항상 책이 곁에 있는 생활을 강조하고 아이 가까이 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들 한다. 이게 이론대로 다 맞는 것은 아니다. 결핍이 오히려 욕망을 부를 수도 있다.

석귀화(경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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