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오카는 일본 최고의 영봉 후지산과 태평양 연안 따라 형성된 높은 해식애가 절경인 이즈반도 등을 끼고 있어 연간 1억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지대다.
또 혼다의 발상지로 스즈키, 야마하 본사가 위치하고 있으며 밀감, 고추냉이, 메론 등의 농산물이 풍부하고 원양어업 전진기지까지 소유하고 있어 공업 및 농수산업이 골고루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시즈오카가 최근 경제력을 바탕으로 연극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시즈오카가 일본 연극계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즈오카현은 연극 발전을 위해 지난 97년 500억엔을 들여 4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공연장과 400석 규모의 예술극장 등이 있는 종합예술공간인 그랜드 쉽을 개장한데 이어 50억엔을 투입해 21헥타르 규모의 무대예술공원을 조성했다.
그랜드 쉽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인 타이라 자연공원지역에 위치한 무대예술공원에는 야외공연장, 연습장, 연극인들이 묵을 수 있는 숙소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후지산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어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시즈오카현은 또 일본 연극계의 거장 타다시 스즈키(63)씨를 영입, 95년 문화재단인 SPAC(Shizuoka Performing Arts Center)를 설립한 뒤 연간 8억엔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시즈오카 출신인 타다시 스즈키씨는 지난 82년 세계 연극제인 '토가페스티벌'을 열어 세계 연극의 새로운 흐름을 일본에 소개하며 일본 연극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은 장본인.
SPAC는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는 극단이 거의 없는 일본에서 자체 극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랜드 쉽 개장 이후 매주 토, 일요일 100여회의 공연을 개최했다. 일본에는 2천500개의 공공 극장이 있으나 이 가운데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시즈오카현과 효고현 등 3개에 불과하다.
SPAC는 지난 2000년부터 국제연극제인 봄 예술제를 열고 있다. 봄 예술제는 동경 중심의 예술활동으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 지방 예술 활성화를 위해 시작되었다. SPAC는 매년 4~6월에 열리는 봄 예술제를 통해 젊은 인재를 발굴하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공연을 선사하고 있다.
국내외 20여개 단체들이 초빙된 지난해 예술제에서는 전위, 리얼리즘 경향 등에 음악, 춤 등을 접목시킨 것과 세익스피어 원작, 그리스 비극 등 고전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이 많이 출품됐다. 특히 리투아니아, 스위스 등 국제 연극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의 팀이 참석, 참신한 무대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SPAC는 인재 육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젊은 연극인을 선발, 체계적인 연극 교육도 시키고 있다. 지난해 뽑힌 연
출지망생 3명, 배우지망생 12명 등 15명의 교육생들은 6개월 동안 SPAC 소속 배우들과 함께 연습하고 작품에 출연하면서 무대예술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SPAC는 이들에게 월 15만엔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교육료는 받지 않고 있다.
시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주민들을 배우로 선발, 소속 극단 연극인들과 함께 작품 발표회도 갖고 있다. 지난해 5월 10여명의 주민들이 출연한 신데렐라를 무대에 올려 연극 인구 저변확대를 위해 공공기관이 나선 대표적 우수사례로 평가 받았다.
시즈오카현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중앙집중적인 문화현상을 타파하고 지방색 있는 예술활동을 창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일본내에서 성공여부를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SPAC를 통해 인재 양성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봄 예술제를 개최하자 전국에서 시즈오카현의 문화 지원 정책을 배우려는 방문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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