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이영자와 면죄부

"불과 몇 년 전과는 달리 시골에 사는 여자아이들이 대도시의 아이들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할리우드의 배우를 똑같이 본떴기 때문이다".70년 전 '영국기행'의 저자 프리스틀리는 링컨주의 한 시골 찻집에서 소녀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영화 스타와 꼭 같은 스타일이어서 놀랐다. 스타의 외양이 지역적·지방적 차이를 없애는 데도 기여해서다.

원래 사람들에게 육체는 아름답고 기쁜 것이 아니었다. 섹스가 어둠 속에서 행해져야한다고 믿은 것은 이 때문이다. 섹스를 입에 올리는 것이 '행실이 헤픈 것', '천박한 것'으로 여겨진 것도 이 탓이다. 하지만 할리우드 스타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스크린에서는 육체가 표현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미용비결, 운동, 다이어트 방법을 대중에게 공개한 것은 이래서다. 당연하게 무대 뒤의 영역이 제공하는 경제적 수익은 예상치 못했다.

당시 5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모은 헬레나 루빈스타인은 달랐다. 스타의 육체를 재산축적의 원천으로 삼았다. 젊음=아름다움=건강이라는 소비문화의 방정식을 만들었다. 그때부터다. 여성들이 루즈와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다. 짧은 치마와 나일론 스타킹을 즐기고, 코르셋이 아니라 고무 허리띠를 둘렀다.

남성도 마찬가지. 할리우드가 영향을 미쳤다. 이전에는 검게 그을린 피부가 노동하는 육체를 연상시킨다며 햇빛을 거부했었다.최초의 국제 슈퍼스타로 인정받던 배우 더글러스 페어뱅크스는 여기에 거역했다.

썬탠을 즐겼다. 자신의 검게 탄 얼굴이 영화와 대중 출판물에나오게 했다. 운동과 모험이 가득한 영화를 통해 바깥생활을 찬양케 했다. 레슬링, 복싱, 달리기 등의 훈련일정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지금 미국에서 육체는 행복의 본질로 인정받는다.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가 미국시장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킨 이유도 미국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인 '근육질'로 디자인해서다. 부부섹스를 비디오로 전문 촬영하는 회사가 성업중인 것도 육체 패러다임이 바뀐 탓이다.

지난 21일 다이어트 파문의 이영자가 MBC 오락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인 '게릴라 콘서트'에 출연했다.

한때 또 다른 자신의표현인 신체를 거짓으로 말한 후 대중에게 거부당한 그녀였다. 그래서다. 당연하게 면죄부는 대중이 주어야한다. 방송이 서둘러 부추길 일이 아니다.신체를 거짓말한 그녀이기에 더욱 그렇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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