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글로벌 프리즘-세계정치 우향우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하면서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가 시끄럽다. 유럽 등 세계 각국이 프랑스 국민들의 '잘못된 선택'에 큰 실망감을 표시했다.

프랑스 국민들도 '욱'하는 성질을 못참은 자신들의 선택을 '부끄럽다'며 뒤늦게 뉘우치고 있다. 우리도 과거 대선에서 이와 비슷한 경우를 경험했다. 지역 유권자들은 '우리가 남이가'를 외친 후보를 맹목적으로 선택했고 나중엔 그 후보를 찍은 손가락을 잘라야 한다며 후회한 적이 있다.

르펜의 승리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정치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11 미국테러 이후 오른쪽으로 치우치고 있는 유럽 각국에 우경화 바람을 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지난 97년과 98년 영국 노동당과 프랑스 사회당, 독일 사민당이 정권을 잡을 당시 유럽 연합(EU) 15개국 가운데 11개국이 단독 또는 연정형태로 좌파정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99년 10월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2위를 한 극우파 자유당이 2000년초 보수당과의 연정에 참여했다. 당시 프랑스는 오스트리아 연정에 대해 유럽연합 차원의 제재를 주장하는 등 강력한 극우파 반대입장을 천명했으나 이번에 자국의 극우파에 발등을 찍힌 꼴이 됐다. 이어 벨기에도 우파가 정권을 잡았고 지난해엔 이탈리아와 덴마크가, 지난달엔 포르투갈에서 우파 정권이 등장했다.

사실 유럽의 우경화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반면 미국.일본 등 한반도 주변 강국들의 우경화는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일본의 우경화는 우리에게 늘 해악을 끼쳤거나 위협이 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지난해 8월에 이어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인 지난 21일 태평양 전쟁 전범들이 안치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기습 참배했다.

고이즈미가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면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일본내 우익에 대한 배려 때문이란 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고이즈미의 우익에 대한 구애(求愛)는 최근 급속히 떨어지는 지지율과 상관관계가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내각은 1년전 출범당시 83%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나 최근 조사에선 무려 40%포인트 이상 떨어진 42%로 나타났다.

9.11 미국테러 이후 전세계에 불고 있는 우경화 바람은 한반도에선 '순풍'이 아니라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아직도 시대착오적 '색깔 논쟁'으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오는 12월 대선 직후엔 '손가락 개수가 모자라는 국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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