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국민상대 말장난 응분의 책임을

민주당 설훈 의원이 자신이 주장한 '이회창 거액 수수설'의 녹음테이프를 끝내 내놓지 못했다. 대신 그는 "중요한 것은 녹음테이프의 유무가 아니라 돈을 줬는지 여부"라고 말하고 "최규선씨가 마음만 바꾸면 테이프가 금방 나올 것"이란 아리송한 말로 스스로 자신의 발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렸다.

당초 설 의원은 최규선씨가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을 통해 2억5천만원을 줬다는 내용의 녹음테이프를 근거로 메가톤급 폭로를 했었다. 그런만큼 설 의원 폭로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녹음 테이프'다.

그런데도 설 의원은 2, 3일내에 테이프를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이제와서 테이프가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라 돈을 줬는지 여부가 문제라며 검찰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며칠동안 자기 편할대로 이 나라 정치권을 뒤흔들고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이제와서 검찰이 나서서 이회창 거액 수수설을 수사하면 협조하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다니 정말 국민을 뭘로 알고 그러는것인지 분노치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설 의원이 지금까지 드러난 것처럼 막연한 제보 하나만 믿고 그처럼 엄청난 폭로를 했으리라곤 도무지 상상키 어렵다. 때문에 우리는 설 의원의 폭로 배후에는 대단히 권위 있고 신뢰할만한 존재가 있었으리란 추측을 하게된다. 그런만큼 설 의원은 면피용 발언으로 빠져나갈 궁리만 할게 아니라 진상 규명을 위해서라도 최초의 증인이 누구인지 테이프는 누가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열어야 할것이다. 앞으로 검찰이 나서서라도 진상은 반드시 규명돼야 할것이다.

어쨌든 설 의원은 자신이 그토록 호언장담 했던 테이프를 제시하지 못한 이상 국민 앞에 뼈 아프게 사죄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는게 옳다고 본다. 그렇게해서 이 땅에 더 이상 '아니면 말고' 식의 막가는 정치인이 설 자리가 없는 밝은 정치를 위해서도 꼭 그렇게 돼야한다고 믿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