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향인심 어린 생명 살렸다

"경희가 앓고 있는 백혈병 치료비를 감당치 못해 애 태웠는데 이젠 주위의 온정으로 용기를 얻었습니다".지난 3월 중순 큰딸 경희(9)양이 백혈병이란 진단을 받기 전까지 농사를 지으며 다섯식구가 오순도순 남부럽지 않은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김호규(38.수비면 신원리)씨.

김씨는 지난 2개월을 악몽 속에 지내야 했다. 1회의 방사선 검사와 수혈에 드는 300만원의 치료비를 감당하기도 어려웠지만 점점 사그라드는 큰 딸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했기 때문.골수이식을 위해 여동생 은현(7)이와 남동생 진국(5)이의 골수 조직검사를 의뢰해 놓고도 5천만원이나 드는 수술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캄캄하기만 했다.

하지만 며칠전 "집에 가고 싶다"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고향을 찾아 학교와 친구들에게 데려다 준 것이 '어린 생명을 구할 휴가'가 될 줄 몰랐다.

경희양은 어쩌면 자신 때문에 애 태우는 부모의 고민을 알기나 하듯 힘겨운 걸음으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핏기없는 모습과 부은 얼굴로 친구들 앞에 나타난 경희양을 본 이웃들이 그 안타까운 사연과 김씨의 어려운 사정을 입과 입으로 전하면서 온정이 밀려들었다.

경희양 돕기에 수비농업 경영인들이 가장 먼저 나서 300만원의 성금을 모았고 영양군청 직원들도 1인당 1만원의 성금으로 400여만원을 전달했다. 영양경찰서도 헌혈증서 20여장과 40여만원을 전하고 위로했다.

특히 24일에는 경희양의 안타까운 사연을 뒤늦게 안 경북도교육청이 치료비와 골수이식 수술비 5천만원을 긴급지원키로 했다. 아버지 김호규씨는 "경희에게 맞는 골수를 찾아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에 다시 보내는 것이 이웃 온정에 보답하는 길"이라며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054)682-9174.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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