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이미지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라는 책이 출간된 적이 있었다. 제목만큼은 큰 반응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제목이 아닌가 한다.
고흐의 '해바라기' 같은 작품의 가격은 수백여억원이나 된다. 수년 전 일본이 잘 나갈 때, 일본 땅을 팔면 미국 땅을 다 사고도 남는다고 큰소리 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만약 외국의 유명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들을 다 판다면 어떨까? 아마 일본 땅을 다 사지 않을까?
작품판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오르세이미술전', "고대이집트문명전", "폼페이 최후의 날", "레오나르도 다 빈치전", "피카소전", "러시아미술 천년전" 등과 같은 대형 국제전을 유치하려면 최소 수억에서 수십여억원이 든다. 그것도 상대방의 요구조건을 모두 들어주고 사정 사정해가면서 빌려와야 한다. 그러나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 해외전시를 개최했다는 사례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자기 돈은 써가면서도 제대로 대우도 받지 못하고 전시를 하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네돈 내고 와서 전시하는 것까지는 말리지 않겠지만, 내 돈대고 너희 것을 보고 싶은 생각은 크게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미술의 해외경쟁력이 없다는 말이다. 이미지는 단순히 구매, 감상하는 것에서만 경제적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서양보다 백여년 이상 늦게 현대미술을 시작한 죄로 근.현대의 이미지를 연구하고 책이나 사이트에 실으려면 저작권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그 결과 최근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현대미술관련 서적이 눈에 띄게 감소하였다.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 부담은 학문의 비균형적인 발전까지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는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이미지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말은 순수미술에 한정된 말은 아니다. 만화, 영상, 광고…. 모든 이미지에 관계된 말이다. 지금 세상은 갈수록 이미지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상을 지배하게끔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박우찬(대구시립미술관 건립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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