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을안녕·풍어 빕니다" 10년만에 열린별 신굿

"동해 용왕님과 조상님께 비나이다. 풍파 일지 않고 고기 많이 잡히게 해주시고 마을 어른 아이 모두 무병장수하도록 간절히 비옵니다".

29일 영덕대게 원조마을로 유명한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1리 해안마을에서 꼭 10년만에 풍어제(豊漁祭)가 열렸다.

음력 3월 보름인 지난 27일부터 시작된 이번 풍어제는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3호인 '화랑이'(남자 무당) 송동숙(75·영덕 영해면)씨와 부인 김미향(63)씨, 딸 명희(51)씨와 사위 김장길(55)씨, 아들 정환(47)씨 등 일가족을 포함 17명의 무속인들이 '동해안 별신(別神)굿'(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판을 열어 마을의 안녕과 수호·풍어를 기원했다.

11세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굿판을 누빈 송씨는 칠순을 넘겼음에도 굿할 때는 직접 장구채를 잡는데 지화(紙花)와 장구의 대가로 통한다. 할아버지때부터 동해안 별신굿 전수생인 아들까지 합쳐 4대가 세습무 집안.

부산에서 속초를 오가며 굿판을 벌이는 송씨 일가는 갈수록 동해 별신굿하는 마을이 줄어든다며 안타까워 했다. 경비도 그렇지만 마을안녕과 풍어를 보장해준다는 의식이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송씨는 "아들대까지는 그럭저럭 가겠지만 그 다음은 점(占)하는 사람들이 굿을 하지 않겠느냐"고 가슴 아파하면서 "그래도 정성껏 굿을 해준 뒤 고기 많이 잡았다는 말 듣는 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풍어제가 열린 경정리 마을은 사흘간 온 동네가 축제 분위기다. 포구에 정박한 배들도 '축 만선(滿船)' '축 대어(大漁)' 등의 글자를 새긴 형형색색의 깃발을 꽂아 놓았다. 풍어제는 온 동민이 한마음이 되는 축제이자 풍어와 마을 안녕과 수호를 비는 엄숙한 제의(祭儀)였다.

마을 어촌계장 이상록(61)씨는 "고기가 많이 잡힐때는 3년마다 풍어제를 지냈는데 해가 갈수록 4년·5년·7년만에 지내다 이번에 10년만에 열게 됐다"고 했다.

영덕·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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