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은 괜찮고, 할머니 소린 죽어도 듣기 싫은 50, 60대 '아줌마'들에게 요즘 유행한다는 계(契)중에 '보톡스계'란 게 있는 모양이다. 인생계급장으로 통하는 얼굴의 주름은 특히 여성들에겐 '철천지 웬수'다.
대표적인 것이 이마에 가로로 길게 패이는 '고래주름', 양미간의 내천(川)자 주름, 눈꼬리의 까치발주름 같은 것들인데 이게 수술 대신 '보톡스'라는 주사 한대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니 돈 못써 답답한 아줌씨들이야 '프리미엄' 주고라도 보톡스계에 들려 할밖에.... 게다가 고래주름·까치발주름으로 유명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 노무현씨가 보톡스 시술을 받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땅의 아줌마들이 더 안달나게 생겼다.
▲'계'는 기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아름다운 유산, 상부상조와 친목의 미풍양속이다. 효도계·장학계·혼상계(婚喪契)같은 전통적인 계가 그것인데 이 아름다운 계풍(契風)에 경제적 현실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반지계·여행계·금주계(禁酒契)에 이어 보톡스계 등 성형수술과 관련한 계까지 생겨난 것이다.
이처럼 이웃간, 친척간에 정(情)을 나눈다는 차원보다 실리적인 계산이 앞서면서 부작용은 불가피해졌고, 때로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까지 몰고 온 것이 한국의 '계' 특히 여성들의 계모임이다.
▲70, 80년대에 심심하면 터졌던 낙찰계, 곗돈 타는 순서를 매달 심지뽑듯 번호를 뽑아 높은 선(先)이자 떼고 목돈을 타가는 것인데 계주가 여러건을 먼저 타먹고 나르는 수법 때문에 가정파탄도 숱하게 났었다. 그래서 계중에 최고의 계는 '삼십육계'라는 우스개까지 생겨났다.
저금리시대가 계속되다보니 요즘 또다시 계가 성행하는 모양이고, 고금리에 속아 수천만원을 고스란히 떼여 경찰서에 와서 울고 불고 하는 사건이 심심찮다.
▲세상 살다보니 별 희한한 '계'가 다 생겼다. 사창가 포주들의 '뇌물계'가 그것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내에서 일어난 것인데, 윤락업소 업주 11명이 매달 100여만원씩 내는 뇌물계를 만들어 약 100명의 파출소순경과 소년·방범계 직원들에게 정기상납을 했다는 거다.
업주들은 98년에 모여 "따로 주면 위험하고 번거로우니 함께 모아서 '물'을 주자"고 합의했고, 2년동안 준 돈만 1억3천만원이라니 입이 딱 벌어진다. 머리가 나쁘면 간(肝)이 크다고 했던가. 명색이 계모임이니 계장부를 만들 수밖에 없고 장부가 있으니 터질 수밖에.
더 웃기는 것은 뇌물계의 취지가 '친목도모, 범죄예방'이라고 한 대목이다. 윤락가가 영등포뿐인가. 종삼에도 있고 옐로하우스에도, 완월동에도, 그리고 대구 도원동에도 있다. 그리고 해당지역마다 '속타는 경찰'이 있을지도 모른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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