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부들, 세상이 많이 달라진 것을 실감한다고 이야기한다. 싫고 밉다가도 쉽게 용서되는 관계가 가족이고, 가족 구성원간의다양한 갈등이 숙제처럼 남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감동을 주거나 애교 넘치는 시간도 역시 많아졌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증가하는 이혼율 등에 주목하지만 가족은 여전히 강력함 그 자체이다. 특히 전통적인 가족의 틀을 과감히 깨뜨리거나 '남편은 바깥 일, 아내는 집안 일'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얽매이지 않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구대 박충선 교수(가정관리학)는 "IMF 이후 수많은 가정이 해체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한편으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다고 본다"면서 "부부간 또는 부모.자식간에 서로 역할을 나누는 가족 유대(공평성)가 깊어지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또 지난번 IMF때처럼 위기가 온다면 이번엔 가족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5월 가정의 달. '부부는 평생동지'라는 입장에서 서로 배려하면서 맛깔나게 살아가는 우리네 이웃들을 살짝 들여다 본다.
◇남녀 역할구분 이젠 옛말="아이 목욕, 책읽어주기, 잠재우기 등 육아부담을 많이 덜어줘 고맙지요. 어떤 원칙을 세운 것은아니지만 굳이 가사분담에 구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혼 6년차 전업주부 강명희(36.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의 말이다. '대구남자가 보수적'이라는 말은 손끝 하나 까딱하기 싫어하는 남자들의 변명이라는 것.
강씨의 남편은 가끔씩 앞치마도 서슴없이 두르고 간단한 음식 정도는 척척 솜씨를 발휘한다고. 퇴근 뒤 선심쓰듯 일회성으로 집안 일을 돕는게 아니라 음식준비 할때는 아이를 봐주고, 설거지 할때는 자진해서(?) 청소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강씨는 자신에게 잘못이 있을땐 주저없이 '하녀'를 자청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남편이 이렇다 보니 자연 시댁의 시어머니와도 관계가 좋아져 고부관계라기 보다는 친정 엄마를 대하듯 친근한 마음이 든다고 자랑한다.
◇부부는 평생동지=사실 맞벌이 부부 사이에는 늘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 긴장의 근원지는 다름아닌 가사분담. 남편은 피곤한 몸을 쉬기 위해 집을 찾는데 반해 아내는 또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집으로 출근한다.
이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아내가 요구하는 것은 가사분담이고, 남편들이 요구하는 것은 '슈퍼 우먼'이다.
대구여성회 안이정선 회장은 "아내의 바깥활동에 대해 남편의 이해와 협조가 없다면 아내는 가사 부담까지 통째로 떠안아야하는 이중, 삼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내 일, 네 일 따로없이 그때그때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집안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결혼 20여년이 된 최근엔 남편의 제안으로 서로 경어를 쓰고 있다한다. 부부간에 빚어질 수 있는 사소한 마찰을 예방하는 데 톡톡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 안이정선 회장 부부는 집도 부부 공동명의로 등기했다고 밝혔다.
◇제도보다는 우애=김길수(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씨의 집에는 요즘 둘째 아들내외가 들어와 살고 있다. 4남1녀 자녀들의 가족회의 결과 5년씩 돌아가면서 어른을 모시고 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또 며느리나 딸의 생일은 김씨가, 아들과 사위의 생일은 부인이 전 가족을 소집, 가족놀이를 함께 한다고 한다. 가족모임이나 명절때 음식은 조촐하지만 뷔페식으로 준비하여 며느리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
가족간의 화목과 결속은 절로 오는 게 아니라 힘써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게 김씨 부부의 지론이다.
양화자(61.경산시 임당동)씨는 요즘 분주하면서도 의미있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남편이 공직을 은퇴한 지금은 84세 된 시어머니 수발에도 같이 힘을 모을 수 있어 한결 여유를 갖게 됐다.
짬짬이 대구교육원 학생상담 자원봉사와 대구가정법률상담소 등 봉사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물론 남편의 이해와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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