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칼럼

2002 월드컵이 2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관공서와 기업체 등 직장까지 월드컵이 우리사회의 주요 화제가 되고 있다. 월드컵 대구 경기의 입장권이 아직 70%밖에 팔리지 않았지만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선 만큼 관중석이 텅텅 비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또 대구시가 수천억원을 들여 경기장을 짓고 도로를 닦는 등 대회를 준비했고 시민들도 어느 때보다 손님맞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상당한 '월드컵 효과(대구의 좋은 이미지 창출)'도 기대된다.

그런데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직업 때문인지 월드컵이 시작되기도 전에 월드컵 이후가 더 걱정스럽다.

공동개최국인 일본과 우리나라의 월드컵 유치, 준비 과정을 되짚어보면 우리의 월드컵이 경제적 효과와 축구발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일본은 지난 70년대 초부터 월드컵을 준비했다. 잔디구장 건설과 브라질 등 축구선진구단으로의 유학, 해외지도자 초청을 통한 선수 육성, 저변 확대 등에 심혈을 기울였고 프로축구 J리그를 출범시켰다.

이와 더불어 월드컵 유치에 나서 축구강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한편 축구를 하나의 산업으로 양성했다. 일본은 "축구가 돈벌이가 될 만한 산업이다"는 경제논리로 월드컵을 유치했고 그에 맞춰 경기장을 건설하는 등 월드컵 이후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의 월드컵 유치 움직임에 자극받아 뒤늦게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고 결국 공동개최라는 수확을 거뒀다.

사실 우리는 월드컵 개최국에 걸맞은 축구발전과 축구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월드컵 준비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에 비해 기 죽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웅장한 경기장을 건설하고 경기장을 찾을 외국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도로 건설 등 주변 환경을 가꾸는 데 지방자치단체마다 수천억원씩을 투자했다. 이런 적극적인 투자에 따라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일본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는 어떠한가. 대구 등 개최도시의 절반이 프로축구단조차 없고 프로축구가 열리는 경기장의 관중석은 텅 비어 있다.

'평생에 한번 볼 수 있는 월드컵'이라고 떠들지만 입장권이 팔리지 않아 지자체에서 강매를 하고 있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 이후를 생각한다는 것은 기우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월드컵을 방관자적 자세로 지켜봐서는 안 된다. 우리의 세금으로 경기장이 지어지고 나무가 심겨졌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역대 월드컵 개최지와 일본이 어떻게 월드컵 이후에 대비했고 대비하고 있는지를 알아 보자.

이번 월드컵이 대구의 축구발전을 앞당기고 지역에서 축구산업이 태동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영중(47)씨는 계성고-영남대 체육교육학과 출신으로 경북체육중 코치, 포항 프로축구단 코치 등을 역임했고 96년부터 FIFA A매치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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