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失明) 했지만 누구보다 밝게(明) 살아가는 P는 올해 49세인 후천성 시각장애 여성. 그녀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신혼시절영양실조와 남편의 사업실패로 충격을 받아 눈이 멀어버렸다.
멀쩡하던 두 눈이 어두워지면서 이 세상은 온통 캄캄해졌다. 그녀는 평생을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만 된다는 절망같은 두려움 속에서그 어둠을 헤쳐나갈 '등불'을 준비해야만 했다.
남편마저 채권자들을 피해 온다간다 말없이 떠나버렸다. 그녀가 어린 자녀들과 살아남기 위해 배운 일은 침술과 지압.그녀의 근무시간은 하루 24시간. 잠자는 시간이 따로 없고 밥먹는 시간 또한 따로 없다.
고객으로부터 호출이 오면 언제든지 찾아가야만 하고 시술이 없는 틈새마다 자투리 잠을 잔다. 돈을 벌어야만 자식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밤낮없이 뛰는 바람에 처음엔 수면부족에적응이 안돼 주체할 수 없는 피로감으로 온몸이 붓고 머리 속이 늘 멍한 상태로 지냈다.
'사람팔자 길들이기 달렸다'고 했던가. 세월이 흐르면서 그녀는 짧은 토막 잠으로도 건강을 유지해 가면서 늘 밝게 웃으며 환한 얼굴로 살고 있다.
장성한 아들은 서울에서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으며 딸은 외국 유학을 다녀와서 동시통역사로 일한다. 그녀는 요즘 불우노인들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에도앞장설 만큼의 여유를 갖고 산다.
세상살이가 조금만 힘들어도 잔뜩 찌든 얼굴로 사는 이가 많은 이 고해(苦海) 속에서 이렇듯 '빛 잃은 채(失明)' 살아온 그녀는 우리사회의또 하나의 '빛'임이 분명하다.
이시우(신경외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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