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용카드 낙인가 독인가-(하)개선 대책

홍모(38)씨는 지난해 초 신용카드를 신청한 지 한달이 넘도록 카드가 오지 않아 확인한 결과 다른 사람이 카드를 수령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카드 분실신고를 내고 카드를 재발급받았지만 카드사는 홍씨에게 다른 사람이 사용한 연체금을 갚으라며 그를 신용불량자로 등록해 버렸다.

▨'신용' 안따지는 신용카드

신용카드가 개인의 신용도와 무관하게 발급되고 무분별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신용'이라는 낱말이 무색해진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최근 접수된 카드관련 민원을 보면 △미성년자에게 부모 동의 없이 카드를 발급하거나 △본인 확인 없이 다른 사람에게 신용카드를 내주고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카드를 발급해 준 사례가 많다. 국내에 발행된 신용카드 수는 지난해 10월말 현재 8천100여만장. 15세 이상 인구 1인당 3.6장씩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초강경책과 카드사

정부는 카드 가두모집을 단속하고, 무자격 미성년자 등에 대해 카드를 발급한 전업 카드사에 대해서는 신규 영업을 일정 기간 정지하는 등 초강경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또 부모 동의없이 미성년자에게 카드를 발급한 경우 사용대금을 카드사가 책임지도록 하고, 도난·분실 보상 사고기간을 60일로 연장하고 책임도 카드사가 지도록 했다.

▨신용불량자 양산과 사금융시장

신용불량자가 눈길을 돌리게 되는 곳은 결국 사금융시장이다. 실제로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국내에는 사채금융업자들이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신용불량자들을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안는 대책없이 신용카드사에 대해 현금서비스 규제책만을 펼 경우 많은 서민들을 사채시장으로 내몰아 더 큰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유학생의 편지

'신용카드 약인가, 독인가'라는 제하의 기사가 본보에 보도된 지난 3일 기자에게 미국에서 유학중인 학생이 E메일이 보내왔다. 내용을 요약한다.

"신용카드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고국의 현실에 마음이 비통하다. 미국은 한국처럼 현금서비스를 많이 주지 않는다. 나의 미국신용카드 총 한도는 6천달러이지만 현금서비스 한도는 고작 100달러다.

한국의 신용카드 회사들은 회원을 유치하는데에만 열이 나 있을 뿐 관리능력은 제로다. 한국에 일시 귀국해 미국신용카드를 쓴 적이 있는데 미국신용카드회사에서 다음날 내가 쓴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E메일이 왔다.

현재의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들, 자살자들, 범죄자들을 깊이 들여다 보면 신용카드 회사들의 책임이 제일 무겁다. 이런 현실에서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력에 기가 찰 뿐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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