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6·13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자에 대한 실무적 공천작업을 마무리지은 지 달포가 지났으나 그 후유증이 대부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곳에 따라서는 한나라당이 자신하는 압승 기류에 찬물을 끼얹을 수 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
과거에도 주요 정당의 공천이 끝나면 불공정시비와 돈공천 잡음이 있었고 탈락자들이 다른 정당으로 가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례가 빈번했지만 이번 한나라당 공천 후유증은 장기화하면서 반발 강도 또한 훨씬 강한 것 같다.
특히 대구 중구와 서구, 경북의 김천·경주·안동·영주·경산·예천·영양·칠곡 등지에서는 후유증이 직접 선거구도에까지 영향을 주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어 한나라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공천 잡음의 원인=우선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의식이 강한 만큼 탈락에 따른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출마예상자들이 대거 한나라당 공천에 목을 매달고 물심양면의 공을 들였다가 공천결과가 기대를 저버리자 실망과 저항도 그에 비례해 크게 나타난 것이다.
다음으로는 제도의 미비다. 특히 사실상 처음 도입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경선제는 시대적 요구에 떠밀려 형식만 채택했지 내용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당위원장의 영향력 하에 있는 대의원 1~2백명이나 운영위원 수십명이 벌이는 경선 지역은 단 한 차례 예외도 없이 위원장 '뜻대로'의 결과만 낳았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한나라당 독주에 대한 안일한 인식 그리고 일방적 하향식 공천권에 대한 집착 등 지구당위원장의 구시대적 행태에도 원인이 있다. 누구든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안이한 접근과 준비 소홀이 공천 잡음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실질적인 공천권자인 지구당위원장을 향한 금품제공설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탈락자 거의 대부분이 지구당위원장의 독단을 반발의 첫째 이유로 꼽고 있는 것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한나라당의 대책=한나라당은 다른 때 같으면 며칠만 지나면 유야무야되던 공천 후유증이 장기화하고 있고 딱 부러지게 이들을 주저앉힐 수 있는 '당근'이 없어 고민이다. 또 일부에서는 검찰의 수사 대상이 돼 버려 그저 무사히 태풍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인물과 정책대결 구도 보다는 지방선거를 대선과 연결지어 정당의 논리로 후유증을 덮겠다는 전략이다. 노무현 바람을 업고 선전을 장담하는 민주당이나 다른 정당 후보들은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여전히 자신하지만 유권자들의 기성정치권에 대한 식상함이 무소속으로 몰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계산에서다.
때문에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이겨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강조할 예정이다. 지역의 반 DJ정서를 최대한 활용, 민주당의 노무현 바람도 차단한다는 양수겸장의 작전이다. 이럴 경우 공천 후유증을 조기에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선거국면을 여야의 대결구도로 몰고감으로써 무소속의 설 자리를 좁히겠다는 의도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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