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문제에 대해 청와대는 일관되게 "검토한 바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탈당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굳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김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은 검찰이 홍걸씨의 소환을 포함, 세아들의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를 월드컵 이전에 마무리짓기로 방침을 세우면서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다만 결행일자가 언제이냐에 대해서는 월드컵 이전이냐 이후냐를 놓고 전망이 엇갈렸으나 최근들어 월드컵 이전이 될 것이라는 쪽으로 저울추가 급속히 기울고 있다.
이처럼 김 대통령의 조기 탈당이 여권내에서 무게를 얻어가는데는 한나라당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세 아들의 비리 의혹을 중심으로 여권의 도덕성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나서면서 민주당이 큰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때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보다 30%가까이 높았던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들어 10%대로 좁혀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민주당내에서는 새로운 정치실험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민주당의 국민경선이 끝난 뒤 정상상태로 돌아오는 한 과정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 보다는 세 아들의 비리의혹이 더 큰 작용을 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DJ와 결별하지 않겠다"고 한 노무현 후보의 공언에도 민주당내에서는 김 대통령의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른바 '노풍'의 기세를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김 대통령과의 결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권의 이같은 정세판단에는 노무현 후보가 광주경선에서 1위를 한 것과 호남지역에서 김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 그 배경을 이룬다. 이같은 점들을 종합할 때 김 대통령의 월드컵 이전 조기 탈당설에는 김 대통령의 의중보다는 민주당의 희망사항이 크게 오버랩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탈당이 김 대통령에게는 무당적의 중립적 대통령으로 임기말을 잘 마무리할 수도 있는 한편 세아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자칫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점에서 결행이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압력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민주당의 탈당 요구에 대해 김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거리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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