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막후 實勢 權씨'의 구속 교훈

권노갑(權魯甲)민주당 전 고문이 구속됐다. 진승현(陳承鉉)씨로부터 계열사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5천만원을(김은성 전 국정원차장을 통해) 받은 혐의다.

권 전 고문은 동교동계의 좌장이자 김대중 대통령의 측근 실세로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장외(場外)에 있으면서도 정치자금 관리 총책의 역할을 해온 막후 실력자로 의심받아온 인물이다. 그 결과 그는 진승현게이트는 물론 정현준.이용호.최규선게이트에 이르기까지 각종 비리 의혹이 터질때마다 항간에서 '막후실세 K씨'로 지목받고 구설수에 오르내렸던게 저간의 사정이다.

그런만큼 권 전 고문이 자택에서 국정원 차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급기야 청탁과 뇌물을 받았다는 검찰 조사결과는 그동안의 '막후실세 K씨' 관련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 마땅하다. 권 전 고문은 5년전 한보사건으로 옥 살이를 했고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번 옥살이는 홍인길 전 청와대총무수석을 구속하면서 여야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치적 단죄의 성격도 없지않았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여권의 제2인자 위치에서 당정(黨政)에 깊숙이 개입, 인치(人治)정치를 전단해온 핵심인물중 한 사람에 대한 처벌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의 관심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우리는 권 전 고문의 구속이 동교동계의 몰락을 뜻하는 것이자 김대중 정권의 도덕성에 또한번 먹칠을 한 사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권 전 고문은 스스로 '돈 정거장'을 자처하면서 개인의 치부가 없었고 청렴하다고 자부하는 모양이지만 그렇다고해서 각종 비리 의혹에 간여한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검찰은 앞으로 정치자금 모금 및 분배 과정에서 위법이나 탈법행위가 없었는지 엄정한 수사를 벌일것을 기대한다. 한 때 '대궐 밖 대신(大臣)'이란 선망어린 소리까지 들으며 권력과 돈을 마음껏 휘두르던 권 전 고문의 구속을 지켜보면서 결국 정의로운 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진리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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