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회성을 상실한 '버릇없는'아이들을 어린이답게 키우려면 무엇보다 가정교육의 기능 회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종범 대구 효명초등학교 교장은 "1등 신드롬으로 조기교육의 환상에 젖어있는 학부모들은 인사, 청소 등 기초 생활예절조차 가르치지 않는다"며 "요즘 젊은 부부들은 어린이 성장과 발달의 기초가 건전한 가정교육임을 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진 영남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외아들, 외동딸 가정이 늘어나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최고급 옷을 입히고 값비싼 장난감을 사주는 게 자녀사랑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며 "부모들은 자녀들과 꾸준한 대화를 통해 아이가 원하는 게 진정 무엇인지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숙 계명대 아동학과 교수는 "인지학 발달이론상 어린이는 만3세부터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며 "이 시기 이후 자녀에 대한 지나친 과잉보호는 제멋대로식 사고와 행동을 심어주게 돼 아이들의 사회성 상실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지역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유아교육과 부모교육을 연계하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구 영희유치원 박영희 원장은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키우려면 부모부터 먼저 변해야 한다는 소신아래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한차례씩 '부모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박 원장은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40~50명의 부모들을 상대로 어른들의 잣대에 맞춰 어린이를 교육하는 대신 어린이 스스로 머리 빗는 것, 이불 개는 것, 과일 깎는 것 등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올바른 자녀교육 방법에 대한 학부모들과의 토론으로 아이들을 어린이답게 키우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양에서는 가정교육의 연장선 상에서 학부모의 자발적 참여로 세워진 이른바 '대안학교'가 호응을 받고 있다.
전 유럽에 걸쳐 학교 수가 700여개에 이르는 발도로프 학교와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 퍼져 있는 바젤슈타이너 학교가 대표적 사례.이 학교 학부모 및 교사들은 학교교육은 가정교육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믿음아래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교육의 최고 가치를 두고 학교 행정에 관한 모든 사항을 함께 결정하며 아이들에 대한 각종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
미국, 영국의 학부모들은 재택 교육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학교내 총기 난동 사건이 잇따르고 마약, 섹스, 음주 등 퇴폐 문화가 어린들에게까지 깊숙이 침투하면서 학부모 사이에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는 재택교육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재택교육의 발원지인 미국의 경우 가정에서 부모에게 교육을 받는 어린이가 무려 200만명에 달한다. 이러한 사회분위기를 인정하고 재택교육 아이들의 창의성, 독립심을 높이 평가해 이들에게 입학자격을 주는 대학도 2백50여개에 이른다.
1만5천여 가정이 자녀에게 재택교육을 실시하는 영국의 경우 대안교육(Education Oterwise)이라는 전국 규모의 재택교육단체를 통해 각 가정이 자녀들에 대한 교육정보를 상호교환하고 있다.
예전의 재택교육은 집에서만 독자적으로 이뤄진데 반해 지금의 학부모들은 학교 교육과의 연계를 통해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워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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