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현역장병 '의료死角'

군(軍)에 입대한 아들에 대한 우리 어머니들의 걱정은 참 유난스럽기도 하다. 잠자리는 얼마나 불편할까, 입 짧은 아인데 먹는 건 제대로 먹을까, 두들겨 맞지나 않을까, 별난 성격때문에 왕따 당하지나 않을까…'자식보다 더한 상전(上典)은 없다'는 말이 실감날 지경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걱정은 좬어디 아프지나 않을까?좭하는 것이다. 먼저 군에 간 아들친구가 보내온 신병의 고된 얘기를 담은 편지, 한해 동안 군부대 안에서 사고로 희생되는 장병이 수백명이라는 귀동냥들이 엄마의 가슴을 더욱 졸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들에겐 병영(兵營)에서 걸려오는 아들의 '전화 한통'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다고 한다.

▲현역장병들이 국민건강보험의 헤택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은 군(軍)문제에 관한 한 어느 분야보다 정보에 어두울 수밖에 없는 장병가족들에겐 가슴이 철렁할 뉴스거리다. 군의료시설은 낙후돼 있는데다 휴가·외출시 현역병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바로 휴가병들의 진료비 부담 문제인데, 국방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협상에서 300억원이 넘는 보험료 추가 부담금을 서로 떠넘기느라 7년동안 핑퐁게임만 계속하는 바람에 시쳇말로 '골병드는 건 조조군사'라는 것이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입대직후인 지난 2000년초 김모 장병이 치주염에 걸려 포항의 군병원과 민간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지만 1년만에 결국 치아 7개를 뽑아야 할 정도로 악화돼 의병제대 했다고 한다.

군의 의료시설과 인력의 질이 떨어지는데다 제때에치료를 받지 못한 탓도 있다는 것인데, 자식을 군에 보낸 많은 부모들로서야 남의 고통일 수가 없다. 사실의 정황은 어떻든간에 당국에 보다 많은 관심을 촉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도 휴가병들의 치료문제를 복지부가 떠안을 경우, 고의적인(?) 보험료부담의 급증이 우려되기 때문인 듯하지만 어차피 결론은 국방부와 복지부가 내려야 할 문제다.

▲군(軍)의료문제는 기실 휴가병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전국 19개 군병원중 MRI(자기공명영상진단기)를 갖춘 곳은 한군데도없고 CT(단층촬영기)가 있는 곳도 서울과 대구국군병원 두곳뿐이라고 한다. 병원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다 민간병원보다 의료진의 질도 떨어질 것이고보면 자식을 국가에 맡긴 부모들로서야 내자식 건강걱정은 당연하다. 돌봐주는 가족없이 혼자서 아픈 것처럼 서글픈 건 없기 때문이다.

현역장병들의 건강은 곧 군사력과 직결된다. 첨단병기, 차세대전투기만이 군사력의 척도는 아닌 것이다. 국방당국이 이런 문제에 특히 신경쓰고, 또 공개해야 할 이유다. 군(軍)문제는 공개해야 개선이 따른다.

강건태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