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얄개들의 '효행체험'

경북공고 3학년 이준호(전기과)군은 어버이날인 8일 특별한 체험을 했다. 달성동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어머니와 함께 일찌감치 장을 보러 나선 것.

보통 때는 저녁에 일을 잠깐씩 도왔으나 오늘은 학교를 일찍 마쳐 장을 보고 포장마차를 펼치는 것부터 아예 어머니를 대신했다. 이군은 "옆에서 지켜볼 때는 몰랐는데 직접 손님을 상대하면서 음식 만들고 설거지를 해 보니 새벽까지 이렇게 힘든 일을 말없이 해오신 어머니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 학교 1학년 석하경(전기과)군은 학교가 끝나자 아버지의 인테리어 가게로 향했다. 청소와 물건 정리, 각종 부품 분류와 조립, 고객 전화 받기 등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아버지의 씽크대 가게에서 진땀을 흘리던 2학년 황호진(건축과)군은 "몸은 고되지만 일을 하다보니 평소 넓게만 느꼈던 아버지의 등이 왜소해 보여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경북공고 학생들은 어버이날을 맞아 이같은 효행 체험학습을 비롯해 하루 종일 빡빡한 일정 속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몸과 마음으로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등교 후 첫 시간은 부모님께 편지를 쓰며 보냈고 효에 대한 특강을 들은 뒤 기념식도 했다.

허두안(환경화공과 3년)군 등 8명이 효행상을, 이재숙씨 등 학부모 6명은 장한 어버이상을 받았다. 홀몸으로 공장에 다니며 4남매를 키워온 이씨는 "넉넉지 못한 살림 때문에 남들만큼 해주지도 못했는데…"라며 눈물을 비쳤다.

학교를 마친 학생들은 각자 부모님의 직장으로 달려가 오후를 함께 보냈다. 형편이 닿지 않는 학생들은 집으로 가 청소와 빨래, 주방일 등을 한 뒤 저녁에는 부모님의 일생과 자신의 성장과정을 얘기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여정동 교감은 "부모의 일을 당연한 의무로 생각하고 자신들의 불만과 요구는 권리처럼 여기는 학생들의 삐뚤어진 의식이 체험을 통해 조금이라도 바로잡혔으면 하는 기대"라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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