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유년의 기억

며칠전 남편과 내가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우리는 늘 다니던 큰길을 놔두고 대신 좁은 골목길로 돌아 온 적이 있었다.

작고 오래된 상점들이 닥지닥지 붙어있는 재래시장 골목길을 지나다보니 마주 오는 차를 피하지 못해 얼마간 후진을 하다 다시 가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야 겨우 큰길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 길을 가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한발만 벗어나면 있는 큰길을 두고 굳이 지나고자 했던 그 골목길에는 남편의 유년시절이 담겨있다. (그 이전엔 무얼 했는지 알 수 없지만)처음엔 문방구에서 통닭집, 그리고 지금은 화장품을 파는 가게주인으로부터 20여년이 지나도록그 자리 그대로인 철물점, 손수건 공장, 세탁소 등.

훗날 그 일대가 재개발되어 넓어진 길에 새로 큰 건물이 들어선다면 기억조차 하기 어려울 작은 가게들이 지나간 시간을 간직한 채 그 자리에 있었다.

성년이 되어 떠난 이후 거의 지나칠 일이 없었던 그 곳을 이제야 일부러 지나치며 이리저리 둘러보고 예전 그 자리에그대로 남아있는 것들을 확인하면서 즐거워하는 것이 단지 오래된 사진첩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유년을 추억하는 일과 같은것이었을까? 그것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의 동경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성인이 되어 사회에 적응하게 되면서 사람과 더불어 겪게되는 수많은 변화와 변질 속에서 아직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것들로 인해 자신의 유년이 고스란히 지켜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확인과 기쁨 그리고 안도감이 아닐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우리의 기억 속에 변하지 않고 자리하고 있는 유년의 기억이야말로 우리에게 만질 수 없는 꿈처럼 소중한 그 무엇이 아닐까 한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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