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앙노동위 판례집-노조활동 사측 부당행위 가장 많아

"짤렸는데요, 억울합니다"."엉뚱한 곳으로 배치전환을 시켰는데 이것도 불법 아닌가요".

근로자들은 궁금하다. 어떤 행위가 노동관련 법규에 적합한 것이고 어떤 행위는 불법에 해당하는지. 하지만 법조문을 살펴봐도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최근 펴낸 '노동판례 요약집'은 이같은 근로자들의 궁금증을 다소나마 해소시킬 수 있다. 법원의 판례를 사례중심으로 엮어놓았다.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려왔는지 들여다봤다.

▨해고

법원은 근로자가 무단결근하거나 정당한 업무명령을 거부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등의 근무태도 불량이 확연하면 해고할 수 있다는 판결을 하고 있다. 또 근로자가 범법행위를 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해고를 인정하고 있다.

또 노조전임자라 할지라도 출퇴근 등의 기본적인 근로계약을 위반하면 무단결근으로 보고 있으며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됐다 할지라도 사용자의 승인도 없이 해왔던 업무를 하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인정, 해고를 허용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형사사건으로 구속된 근로자에 대해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고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을 경우 회사가 이를 이유로 징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형사사건 구속때문에 출근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회사가 무단결근을 이유로 하여 징계해고한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법원은 또 근로자가 실수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하더라도 고의성이 없다면 해고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한 운수업체 근로자가 차량을 몰고가다 사고를 내자 회사는 이와 관련한 손해를 이유로 이 근로자를 해고했으나 법원은 고의사고가 아닌 상황에서 단지 사고를 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해고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

법원은 그러나 시내버스 운전사가 회사 주차장에서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아 동료를 숨지게 하고 여러 대의 차량을 파손시킨 행위는 취업규칙상 해고사유인 '과실로 인한 중대한 사고'에 해당, 해고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사고의 '결과'를 어느 정도 감안한 것.

이력서 등의 입사서류와 관련, 법원은 이력서상의 허위기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더라도 허위기재 내용이 입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라면 해당 근로자를 이력서 허위기재를 이유로 해고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버스회사 근로자가 입사시 제출한 이력서에 다른 버스회사에 4개월간 근무한 경력을 누락, 기록한 사실이 적발돼 해고를 당했지만 법원은 이를 정당한 징계해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경력을 사칭, 입사한 근로자에게 다른 부서로의 전환의사를 타진하였으나 근로자가 이를 거절해 징계해고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있었다.

경영상의 해고와 관련 법원은 외환위기에 따른 신규채용 취소는 정당해고라고 판결했다.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한 것이다.

또 생산의 중단, 축소 등으로 인해 작업부서를 폐지한 경우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돼 경영상의 해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법원은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찾아왔다는 이유로 긴박한 '경영상 해고'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고 했다.

더욱이 경영상 해고의 시점에서 기업의 자금사정이 적자였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그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인한 해고를 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전직.정직.직위해제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상당한 재량을 사용자에게 인정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법원은 기초로 하고 있다. 인사권에 대한 것은 사용자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이다.

특히 많은 노동조합이 인사이동 등에 앞서 노조와의 협의를 단체협약상에 규정하고 있지만 법원은 이같은 협약이 있다 하더라도 법률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실제 노동조합 대의원에 대한 전보명령을 하면서 단체협약에 규정된 조합과의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회사의 이같은 전보명령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그러나 신체적 결함이 명확한 근로자를 출퇴근 편의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전보명령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 근로자에 대한 편의도 일정부분 고려해야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좌측다리가 절단된 장애인을 인천에서 서울로 발령한 전보명령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있었다. 장애인인 근로자가 인천에서 서울로 근무지를 변경하라는 전보명령을 받음에 따라 출퇴근시간이 늘어나는 등 근로자 피해가 지나치게 커졌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을 다른 회사로 '전적'시키는 경우 법원은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자본과 임원의 구성, 영업활동 등에 있어서 어느정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계열기업 사이의 전직이면 근로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판결이 있었다.

▨부당노동행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가운데 가장 사례가 많은 것은 노조 결성과 가입, 활동관련 문제들이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노조활동을 이유로 이뤄진 징계해고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한 근로자가 최종학력 미기재 등의 사유로 해고됐으나 사실조사를 한 결과 노조활동에 대한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징계해고인만큼 이같은 사용자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라는 것이다.

법원은 또 노조전임자로서 실제 근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하위의 인사고과 점수를 준 행위도 부당노동행위라고 명시했다.

법원은 그러나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이에 승진상 격차가 있다 하더라도 이같은 현실이 부당노동행위로 연결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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