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업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한 섬유산업의 발전은 크게 4세대로 나눌 수 있다. 섬유를 중심으로 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까지(1세대), 20세기 중반 합성섬유가 개발되기까지(2세대), 20세기 후반 섬유신소재가 개발되기까지(3세대)와 제4세대인 현재로 구분한다.
이러한 발전과정에서 첫 번째 합성섬유인 나일론(nylon)은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는 캐러더스(Wallace H. Carothers)가 1938년에 발명한 것으로, '석탄, 물, 공기로부터 만든 거미줄처럼 가늘고 강철과 같이 강한' 섬유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캐러더스는 듀퐁(DuPont)사에서 근무하면서 나일론을 발명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듀퐁사로 옮겨 연구활동을 했으며, 그 후 늦은 나이에 장가를 들기도 하였다. 그는 인류를 헐벗는 것으로부터 해방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뛰어난 과학자였다.
그러나 그는 우울병으로 인하여 41세의 나이에 자살하고 말았다. 화려한 경력과 업적 그리고 늦게서야 꾸린 가정을 뒤로한 그의 죽음은 인생의 허무를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인생은 어떻게 보면 허무할 수도 있다. 허무주의와 허무를 영어로는 각각 nihilism[나이얼리즘, 나이힐리즘], nihil[나이힐]이라고 한다. 캐러더스는 죽었지만 그의 업적은 영원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제자들이 볼 때 그의 죽음은 허무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캐러더스가 발명한 발명품을 '허무(주의)'를 뜻하는 영어단어의 머릿글자로부터 따와 나일론(nylon)이라고 이름지었다.
솔로몬 왕은 전도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섬유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남은 캐러더스의 나일론 발명과 죽음을 되돌아보면서, 전도서의 말씀은 우리에게 깊은 의미를 시사해 준다.
헛되지 않는 삶, 허무하지 않는 인생을 살기 위해 고민하고, 다시금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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