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팬클럽 노사모?

노무현 후보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승리로 이끌며 각광을 받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가 13일 정치동우회로 변신하는 동시에 현실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명계남 노사모 회장은 또 '조폭언론'에 대한 절독운동을 벌일 것이며 자신들이 역사발전의 주인이자 주체라고 공언했다.

신문을 구독하든 절독하든 그 것은 그들의 자유임에 틀림없다. 독자도 신문이라는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인 만큼 집단적 불매운동을 펼 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사모가 역사발전의 주체라는 주장 또한 (명 대표의 말투대로) '내 마음'이라고 하면 그만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날 그의 주장은 자신들만이 정(正)이고 나머지는 반(反)이며, 자신들과 비슷하면 아군이고 언론의 정도를 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적이고 조폭적이라고 선을 긋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또다른 패가름이고 분열지향적이라는 비판의 소지가 없겠는가. 노 후보가 내세운 지역주의 극복을 비롯한 통합지향적 명분과도 동떨어져 보인다.

노 후보에 대한 이인제 후보의 이념공세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색깔시비라고 반박했던 그들이 오히려 21세기에 걸맞지 않는 극단의 시대착오적이고 이분법적인 논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노 후보는 이날 있은 관훈토론회에서 노사모에 대해 과거 나사본이나 민산조직과는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사모는 자신이 지휘하는 조직이 아니라고 했다. 신문 절독운동 역시 그들의 자유라고 했다.

하지만 더이상 노사모는 순수한 의미의 정치인 팬클럽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결사체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간판을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으로 내걸고 있는 이상 노 후보도 언제까지 무관함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차제에 떳떳하게 대선후보 노무현을 돕는 사조직으로 변신하든지 아니면 간판을 다른 것으로 바꾸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노사모라면 노 후보가 이들의 행동에 일정 부분 책임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