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오버 레인보우

결혼을 약속하고 8년동안 사랑해 온 연인에 대한 기억이 하루아침에 깡그리 날아가버렸다면? 돌아서면 달음박질 치듯 보고 싶었을 그 얼굴이, 수줍게 불러보던 그 이름이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안개속 풍경처럼 희뿌연 그 얼굴은 누구의 것인지. 사랑한 기억은 없는데, 사랑한 느낌만 남았다. 그래서 더욱 애가 타는 것일까.

이정재.장진영 주연의 로맨틱 멜로 '오버 더 레인보우'가 17일 스크린에 무지개를 띄운다. 영화 '선물'에서 불치병에 걸린 아내의 첫사랑을 찾아주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이정재의 역할을 장진영이 대신한다. 방송국 기상 캐스터 진수(이정재 분)는 누군가에게 선물할 프리지어 한 다발을 들고 차를 몰고 가다 트럭에 받히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다행히 큰 부상 없이 업무에 복귀하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부분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그런데 웬일이니, 웬일이니. 너무나 오랫동안 사랑했다는 '그녀'의 얼굴을 까먹어 버렸다.

사진 속의 그녀처럼 기억속의 그녀만 하얗게 '인화'돼 버렸다. "모든 걸 다 잊어버려도 그녀만은 기억할 줄 알았어. 그런게 사랑 아냐?". 진수는 기억을 찾기 위해 대학에서 함께 사진동아리에 있었던 친구 연희(장진영 분)에게 도움을 청한다.

연희는 진수와 단짝친구이기도 한 상인(정찬 분)과의 얼마전 실연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 괴롭지만 친구를 위해 아픈 지난 기억을 하나 하나 되새겨 보기로 한다. (영화 속 연희가 지하철 유실물 센터직원이란 점도 흥미롭다.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주는 직업이니까)

함께 기억의 퍼즐을 맞추는 동안 진수와 연희는 서로에게 끌리는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나, 이제 기억을 찾고 싶지 않아. 네가 있으니까". 진수는 새로운 사랑을 결심하지만, 연희는 진수의 첫사랑을 찾아주는 것으로 막 움튼 사랑을 깊숙이 숨긴다…. 둘이 '무지개 너머' 발견한 진수의 첫사랑은 과연 누굴까.

'오버 더 레인보우'는 영화 속에 나오는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의 명곡 'Over the rainbow'의 발랄한 '록버전'(홈페이지 www.overtherainbow.co.kr에서 들을 수 있다)만큼이나 상큼하다. 진수가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의 진 켈리처럼 우산을 들고 빗속에서 춤을 추며 기상예보 하는 장면이 너무나 신선하다.

영화 '소름'에서의 이미지를 벗어던진 장진영의 큰 눈망울과 어깨에 힘을 뺀 이정재의 어리숙한 미소가 눈부시도록 귀엽다. '무조건 폭력적이거나 혹은 웃기거나!', 비슷비슷한 한국영화에 질려있던 영화팬들에게, 사랑에 빠진 혹은 사랑을 고대하는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다.

진수가 마침내 그녀를 발견하는 과정이 다소 비현실적이라 한들 어떤가. 영화는 바야흐로 이렇게 또 로맨틱한 것을. 중앙시네마, 한일시네마, 메가박스 개봉. 시네아시아(24일).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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