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수학의 재미 없다니..

직삼각형의 빗면을 한 변으로 한 정사각형의 넓이는 다른 두 변의 정사각형 넓이의 합과 같다는 정리를 발견한 피타고라스는 "이것은 나의 혼자 힘으로 된 것이 아니고 오직 신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기뻐하면서 황소 100마리를 잡아 신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물 속에서는 자기 몸의 부피에 해당하는 만큼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것을 알아낸 아르키메데스는 얼마나 흥분했으면 "유레카"를 외치며 알몸으로 목욕탕을 뛰쳐나왔을까. 수학적 발견은 이렇게 위대한 것이다.

▲인간은 수학(數學)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생존할 수없다. 이렇게 일상화돼야 할 수학이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은 단지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험생에게 수학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흥미 유무를 떠나 일류 대학을 가려면 수학점수는 기본적으로 확보해야하기 때문이다. 점수따기 사교육이 난무하고 쪽집게 문제은행식 풀이 위주의 파행적 수학교육이 근절되지 않는 것도 잘못된 입시제도 탓이다.

▲서울대 학생들의 실력 저하가 심각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서울대는 지난해 이공계열 신입생 1천400여명을 대상으로 수학능력을 측정했다. 이 시험에서 전체의 7.7%인 111명이 3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아 불합격 처리됐다.

특히 수능시험 수리탐구I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던 학생 34명이 불합격됐으며, 이중 2명은 최하위권인 1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았다. 만점(80점)에 가까운 78점을 받고도 서울대 자체 시험에서 0점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수학 교육의 허구(虛構)다.

▲인천대 수학과 황인호 교수와 중·고교 수학 교사들이 중학교 과정을 쉽게 배울 수 있는 홈페이지(http://math119.incheon.ac.kr)를 개설해 화제다.

동영상으로 제작된 강좌는 학생들이 자신의 수학 실력에 맞춰 공부할 수있도록 4단계로 나눠 1, 2학년은 1단계와 2단계를, 3학년은 3단계와 고등학교 속진 과정인 4단계를 이수할 수있도록 꾸며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멍들어 가는 수학 교육의 현실을 보다 못해 '재미있는' 수학 콘텐츠 개발이 목적이라고 하니 암기식 수학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청량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특히 수학은 흥미가 요구되는 분야다. 최근 영화 '뷰티플 마인드'에서 보듯 '내쉬'의 수학에 대한 열정이 없었더라면 게임이론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래 위에 도형을 그리며 기하학 연구에 몰두하던 중 말탄 로마 병사가 다가오자 "물렀거라, 내 도형이 망가진다"고 외치다 목이 달아난 아르키메데스의 열정은 수학의 기본정신이다. 지식기반 산업시대에 수학의 경쟁력은 바로 국가의 미래와 같다. '지긋지긋'한 과목을 '재미있는' 과목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 아닐까.

윤주태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