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털없는 닭

최근 이스라엘 과학자들이 성장 속도가 빠르고, 지방질이 없으며, 도축 처리과정을 절감할 수 있는 신종 닭의 육종에 착수했다고 한다.

깃털 없는 닭이 나온다는 것이다. 구워지지 않는 통닭이 목 잘린 채로 두 발을 공중을 향해 치켜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두 다리로 걷고 있는 모습을 생각해 보자. 어린 아이의 상상력에서나 나올 수 있을 듯한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대 희랍의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은 털 없는 두 발 짐승이다'라고 정의했다. 그 당시 세상만사를 해학과 조소로 일관하던 동시대의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그 말을 전해듣고, 어느 날 느닷없이 털을 뽑은 닭 한 마리를 들고 플라톤의 강의실에 불쑥 나타나, '이것이 바로 플라톤의 인간이다'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과 닭은 같은 존재인가! 인간과 닭이 같은 존재로 정의된다면, 그것은 순전히 생명공학이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더구나 유대교의 이스라엘에서 자연의 섭리를 거슬리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니 더욱 놀랄만하다. 이런 일은 유전자 조작 콩, 제 몸보다 몇 배나 커진 연어 등과 같이 인간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여기에는 유전자가 조작된 식물·동물의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을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도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터이다.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끝없는 인간의 욕망은 인류의 역사가 늘 그래왔듯 자연으로부터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자연 앞에 겸허해져야 하겠다. 또한 자연의 법칙을 존중할 수 있어야겠다. 적어도 닭이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영남대 강사.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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