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고 말했다. 인류의 역사는 좀 더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 위한 투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인간의 지식은 자유를 향한 최선의 안내자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현대화, 산업화로 이끌어 준 지금의 지식은 진정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가. 오늘날의 산업사회를 이끌고 있는 지식의 패러다임은 불과 몇 세기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수 천년 동안 인류를 지탱해온 참된 지식은 무엇일까.
'지식의 다른 길'(존 브룸필드 저, 양문 펴냄)은 서구 과학문명을 기반으로 한 현 문명은 과연 진보하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자유를 위한 진보인가 파괴를 위한 진보인가 하는 독설적인 의문을 던진다.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20년 동안 인도사를 강의해 온 저자는 인류의 종말을 고하게 될지도 모르는 문명의 위기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식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구인들에게는 문명화되지 않은 원주민이나 농민들을 배려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인지 서구에서 전해오는 많은 이야기들 속에는 그들을 열등한 사람으로 낙인찍는 대목들이 자주 등장한다… 서구인들은 인간문화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다른 문화가 변화하는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자 자연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최적의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서구 문명과 서구의 지식체계에 대한 위험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저자의 진단이다. 서구적 지식 체계는 인간 상호간, 존재 상호간의 불화와 폭력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구 문명에 대한 위기의식은 서구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를 돌아보자.
한국 사회는 외국에 문호를 개방한 이후 맹목적으로 서구 문명을 받아들였다. 우리들은 서구화를 산업화, 현대화이며 동시에 문명화의 길로 여겼으며 이를 역사의 과제로 믿었다.
그래서 전통적인 경제, 문화, 정치 체제를 아낌없이 버리고 근대 서구문화 모델을 그대로 답습했다. 그 결과 범죄, 가족의 해체, 인간성 상실, 소외 등 '산업사회의 원죄'를 갖고 살아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희망은 없는가. 기계론적 세계관을 버려야 한다. 세계가 하나의 유기체라고 주창한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을 끄집어 낸다. 인류가 직면한 환경, 생태, 문화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다. 세상과 자연, 인간을 모두 하나의 생명으로 보는 지혜는 산업화 이전의 다양한 문명을 유지시켜 준 힘이었다.
나아가 마하트마 간디의 공동체 운동을 예로 들며 자기 충족적 공동체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서구 지배 이데올로기에 몰입해 지나친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면 이 세계는 검소하고 평화로운 자기 충족적 세계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책을 읽고 나면 무엇이 잘 사는 길인지, 잠시 혼돈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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