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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천수 시조집 '저녁밥'

'다시 침묵을 위해 문을 닫는 산에 든다/ 빈 나날 이 허망에 무릎까지 오는 낙엽/ 헛디딘 발자국 찾아 내 여기 또 왔네'(겨울산 보법). 시조시인 채천수(대구교대 졸업)씨가 시조집 '상다리 세 발에 얹힌 저녁밥'을 만인사에서 펴냈다.

채 시인의 시조는 우선 좀스럽지 않아 좋다. 활달한 호흡과 정서가 어우러져 역동적인 힘을 발산한다. 동양적인 사유의 깊이 속에 남성적인 힘을 동반한 '겨울산 보법'이 그렇고, '안동 영상'.'관루' 등에서는 선비문화로 상징되는 경상도 내륙의 정서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진중하게 녹아있다.

6편의 시조로 나타난 '돌'의 이미지는 시인의 존재론적 성찰을 위한 하나의 매개로 작용한다. 그것은 물질만능의 상업주의에 갉아먹힌 낭패한 욕망에 대한 저항의지를 대변하기도 한다. 박기섭 시인은 해설에서 그의 시조가 '잘 닦아놓은 정신의 제기(祭器)에 얹힌 청량산의 보랏빛 해거름'으로 무르익어 가기를 기대했다.

여영미 연작시 '빨간불…'

시문학으로 등단한 대구 출생의 여영미 시인이 주식투자를 16편의 연작시로 읊은 '빨간불이 들어오면 어디로 갈까'(시문학사)를 출간했다. 입문.바닥 다지기.상승장 전조.거래량 등 주식투자를 테마별로 나눠 인간의 삶에 빗댄 투자철학과 노하우가 담긴 독특한 시집이다.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고 자신의 투자그릇을 판단해 볼 만하다. 시집에는 주식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구조조정의 틈새에서 고뇌하는 직장인의 모습 등 세상의 다양한 현상들을 따뜻한 관조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광판에 따라 희망.탐욕.절망.포기 등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인간의 마음만큼 더 적나라하고 눈물나는 시적 소재도 없다"는 게 시인의 주식투자 시를 쓴 시인의 변이다.

이미애 동화.동시 모음집

조선일보와 매일신춘문예 출신인 아동문학가 이미애(38)씨가 자연과 사람 내음이 듬뿍 담긴 동시와 동화 모음집 '감자 반지'(도서출판 은행나무아이들)를 펴냈다. 열두 편의 동시와 동화를 묶은 이 책에서 작가는 시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문장과 오랫동안 동화를 써온 탄탄한 구성력, 거기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꿈을 잃지 않고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으로 빚어낸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꿈꾸는 나무의자' 등은 잃어버린 꿈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이야기를, '붕어빵 별'.'강가에서 쓰는 편지'등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감자 반지'. 등의 작품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지금 누군가 내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커가는 아이들과 청소년 그리고 다 커 버린 어른들이 함께 읽는 시와 동화를 쓰는 것이라고".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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