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뚜렷한 매수주체가 부각되지 않은 채 기관투자가의 프로그램 매매에 의한 급등락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물과 현물지수간의 격차(베이시스)에 따라 컴퓨터에 의해 자동으로 주식을 사고 파는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주식시장이 연일 냉.온탕을 오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프로그램 매매 장세의 결정적 원인으로는 외국인들의 투기적 선물 매매가 꼽히고 있다. 선물 때문에 현물시장이 휘둘리는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 계속되면서 외국인을 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곱지가 않다.
외국인들은 지난 15일 코스피 200 선물 6월물 6천606계약을 순매수한 뒤 이튿날 곧장 3천226계약을 순매도했다. 다음날 다시 4천852계약을 순매수했고 이튿날에는 다시 5천41계약을 순매도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증시가 방향성을 잃고 답보상태에 머물자 대규모 자금력을 가진 일부 투기적인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시장베이시스 등락을 이용해 증시 급등락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선.현물의 가격 변동과 옵션 매매를 연계시켜 단기 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의 투기거래가 최근 기승을 부리면서 '작전'의 의혹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증권거래소는 코스피 200 선물을 대량으로 사고 팔아 선물가격 및 종합주가지수의 급변동을 초래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해 시세조종 여부를 가리기 위한 집중 감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들의 투기적 매매 형태에 대해서는 그동안 증권가에서 뒷말이 많았지만 증권당국의 조사 대상이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웩더독 현상에 대해 천대중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인터넷 증권사이트 머니투데이를 통해 "외국인들의 일방적인 선물 매매 포지션에 대해 국내 투자가들의 적절한 반발 매수세가 형성되지 못하였다는 점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사이버 애널리스트 김경수(필명 초생달)씨는 "외국인들이 단타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장세를 진단하고 "외국인들의 움직임에 따라 기관투자자의 프로그램 물량이 춤을 추는 꼭두각시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서글프다"고 했다.
외국인의 투기적 매매 행태 못지 않게 국내 증시에 만연된 '외국인 따라하기'가 더 큰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다양한 국적과 창구를 갖고 있으며, 머니게임에 참가하는 하나의 투자주체일 뿐인데도 국내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마치 그들이 한 몸통인 양 인식하고 그들의 매매 패턴을 쫓는 '증시사대주의'에 젖어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풍토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증시는 국부유출의 창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자성론도 불거지고 있다.
김해용 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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