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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온통 월드컵 준비로 한창이다. 신천대로도 새 아스팔트로 갈아 입었고 시내 주요도로들도 새로 정비되느라 거리는 때아닌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공삿길을 운전하다 보면 갑자기 등장하는 붉은 깃발을 든 사람 때문에 매우 놀란다.

작업 지점에서 30-40m 떨어진 곳에서 형광조끼를 입은 인부가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속도를 내며 달려오는 차들을 향해 손에 붉은 깃발 하나만 달랑 든 채로 차로를 통제하고 있다. 조금 더 가다보면 삼각대 등 공사표지판이 나타나고 뒤이어 공사구간을 만나게 된다.

공사를 위해 차로를 통제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사람을 내세워 달려오는 차를 상대로 공사를 알리는 것은 이 나라가 사람의 목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생각해 보게 한다.

이 일에 동원된 사람 대부분은 나이든 아저씨(거의 할아버지에 가까운)이거나 할머니들이다. 머리에 수건을 쓰고 구부정하게 서 있거나 의자에 앉아서 힘없이 흔들고 있는 깃발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만 같아 끔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밤공사에도 사람을 세워 놓는다. 밤의 경우엔 더더욱 운전중에 사람을 알아보고 제때에 피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처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면어처구니없는 인명사고를 가져올 게 뻔한데도 인간표지판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이런 경우를 접하면 황당하다 못해 화가 치민다. 평균시속 100km 이상 달리는 고속도로 공사구간에서 제일먼저 공사를 알리는 것은 어김없이 사람이다.

왜 그럴까? 공사 표지판을 세워 놓으면 차들이 금방 달려와 박아버려서 판을 못쓰게 될까봐, 사람이 나타나면 운전자가 조금 더 긴장하게되고 그래서 앞쪽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를 좀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어서 그러는 걸까?

월드컵을 개최하고 국가신용도가 한 단계씩 높아져 가면 뭣한단 말인가? 국민의 생명을 도로공사만도 못하게 생각하는 나라, 나의 생명을 안심하고 맡길 수 없는 나라. 아직 우리나라가 못사는 나라,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김혜경(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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