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1년여만에 맛보는 골이었다. 26일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설기현(23·벨기에 안더레흐트)은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란 듯이 역전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스트라이커로 부활한 것이다.
또래의 라이벌 골잡이였던 이동국(포항)이 대표팀에 탈락한 가운데 자신은 23명의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지난달 20일 코스타리카전과 27일 중국전에서 무득점에 그친 것을 비롯해 올들어 도통 '골맛'을 보지 못한 설기현이었다.
이날 설기현은 스리톱의 왼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출장, 전반 40분 이영표의 왼쪽 프리킥을 정확하게 머리로 받아 넣으며 2대1을 만드는 역전골을 뽑아내 '킬러의 부활'을 선포했다.
설기현은 그동안 거스 히딩크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최전방 공격수로 평가받았다.히딩크 감독은 황선홍, 안정환, 차두리, 최용수 등을 설기현과 함께 최전방 요원으로 낙점했지만 유럽의 파워있는 수비수와 맞서 자신의 전술적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설기현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것.
최전방에서 수비를 몰고 다니는 활발한 움직임, 유럽의 거한들과 맞서 밀리지 않는 몸싸움 능력, 적극적인 수비가담 등 설기현의 장점에 주목한 히딩크 감독은 올 초 골드컵에서 대표팀이 골가뭄에 시달리자 "설기현이 복귀하면 나아질 것"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었다.
올해 나이 34세인 간판 공격수 황선홍(가시와)이 90분간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기 때문에 설기현의 컨디션 회복은 히딩크 감독의 간절한 바람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설기현은 그간 허리, 허벅지 등의 잔부상에 시달린데다 소속팀내 주전 경쟁에서 한발 밀리며 경기감각을 잃어 오랫동안 '킬러구실'을 못했다.결국 설기현은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서야 자신을 향한 히딩크 감독의 오랜 기다림에 보답했다.
설기현은 타고난 재능보다는 끊임없는 노력을 밑천으로 성공한 대기만성형 선수다. 초등학교 4학년때 축구에 입문, 주문진 중-강릉상고를 거쳐 광운대에 입학한 설기현은 98년 19세이하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멤버였지만 당시 이동국과 김은중(대전)에 가려 있었고 99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었다.
단지 열심히 뛰어다니기만 한다는 평가를 듣던 그가 일약 차세대 간판 스트라이커로 떠 오른 것은 지난 2000년 초 오세아니아주 전지훈련때 4경기 연속골을 잡아내면서부터.
당시 설기현은 유연한 드리블과 가무잡잡한 피부, 큰 키 등 여러모로 브라질의 슈퍼스타 히바우두(바르셀로나)를 닮았다고 해서 얻어진 별명인 '설바우두'를 팬들에게 확실히 심으며 스타로 떠 올랐다.
그 성장세를 바탕으로 대한축구협회 유망주 해외진출 프로젝트의 대상선수로 포함된 설기현은 2000년 8월 벨기에 1부리그 앤트워프로 진출하면서 축구인생의 첫 장을 화려하게 꽃피웠다.
단번에 주전자리를 꿰찬 설기현은 6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쳐 지난해 여름 벨기에 최고 명문인 안더레흐트로 이적하더니 8월에는 챔피언스리그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출전, 득점까지 올리는 영광을 맛봤다.
그러나 너무 가파르게 올라만 갔던 때문이었을까. 구름위를 걷는 듯 했던 그의 발걸음이 지난해 말부터 예기치 못한 암초 앞에 조금은 무거워 졌다.
하지만 재능보다는 노력에 의지했고, 번지르 한 유럽 빅리그보다는 뛸 수 있는 마이너리그를 택하며 월드컵을 준비해 온 '성실맨' 설기현은 이같은 난관을 능히 뛰어넘고 본선 16강 진출을 향한 히딩크호의 '킬러'로 부활할 것으로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포지션=공격수
▲생년월일 및 출생지=1979년 1월8일, 강원도 정선
▲신체조건=184cm, 73kg
▲가족관계=김영자씨의 4남중 둘째
▲출신학교 및 클럽=강릉성덕초-주문진중-강릉상고-광운대-벨기에 앤트워프-벨기에 안더레흐트
▲A매치 데뷔전 및 경력=2000년 1월23일 뉴질랜드전(31경기 출전·7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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