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이 죽으면

사망했다 하고

넉넉하고 잘 배운 사람들 죽으면

타계했다

별세했다

유명을 달리했다 하고

높은 사람 죽으면

서거했다

붕어했다

승하했다 한다

죽었으면 죽은 거지

죽었다는 말도

이렇게 달리 쓴다, 우리는

나이 어린 사람이면 죽었다

나이 든 사람이면 돌아가셨다

이러면 될 걸

-서정홍 '우리말 사랑 4'

노동자 시인의 시이다. 발상이 단순한 것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근본적인 생각이 함축되어 있다. 이 시인도 우리말에 높임말 낮춤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높임말 낮춤말을 우리말이 우수하다는 증거로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수직적인 인간관이 이런 말 쓰임새 속에 숨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어가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히 계급적이란 사실을 이 시는 말하고 있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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