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개막전 안팎

○…개막전에 나서는 프랑스팀의 응원단은 개막식 2시간전부터 본부석 왼쪽 스탠드에 자리를 잡고 극성스러울 정도의 응원을 펼쳤다.

전통의 파란색 유니폼으로 통일한 프랑스의 '레 블뢰(Les Bleus)' 서포터스 1천여명은 태극기가 가운데 새겨진 초대형 삼색기를 펼치면서 함성을 지르는가 하면 20~30명씩 소그룹별로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박수나 소고로 응원전을 펼쳤다.

'가자 프랑스', '앙리 힘내라' 등의 플래카드와 대형 유니폼을 내건 이들은 또 전광판에서 과거 프랑스팀의 경기 모습이 나올 때마다 마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있는 것처럼 열광적으로 호응했다.

국내 거주 프랑스인들은 서초구 반포 4동 '프랑스 마을'내 프랑스학교를 중심으로 중국, 일본 등 동남아에 거주하는 프랑스인들을 모아 아시아지역 프랑스 응원단 협회인 '클럽 데 쉬포르테'라는 응원팀을 조직했으며 이번 개막전 응원도 이들과 한국인들로 구성된 '프랑스 서포터즈' 회원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우리도 세네갈 서포터스".

개막전이 열린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개막전의 두 주인공인 프랑스와 세네갈 서포터스 외에 카메룬, 에콰도르, 멕시코, 브라질 등 각국의 서포터스들이 각기 자국 유니폼을 입고 결집한 뒤 한결같이 '세네갈, 세네갈'을 연호했다.

삼삼오오 모여든 다국적 응원단은 전세버스 편으로 경기장에 도착한 세네갈 응원단장의 '지휘'를 받아가며 세를 과시했다.

개막전을 본 뒤 곧장 일본으로 건너가 자국팀을 응원할 것 이라는 카메룬 서포터스들은 "세네갈이 90년 이탈리아월드컵 당시 카메룬이 아르헨티나를 침몰시켰던 이변을 재연할 수 있도록 열심히 성원하겠다"고 말했다.

노란색 물결의 세네갈 응원단 수 백명도 반대편에서 형형색색의 요란한 응원도구를 들고 아프리카 특유의 열정적인 응원전으로 맞불을 놓았다.

○…폐암과 투병중인 코미디언 이주일(61.본명 정주일)씨가 프랑스-세네갈 개막전을 관전했다.

흰 마스크를 한 채 이용식 등 후배 탤런트들이 밀어주는 휠체어에 의지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건강하게 걸어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8개월여의 암 투병 때문에 수척해진 이주일씨는 금연 메시지를 전하기위해 지난 22일 이태복 보건복지부 장관의 초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부부가 함께 관전하기로 약속했었다.

○…새 천년 첫 월드컵이 막을 올린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3천여명의 내외신 보도진들이 몰려들어 뜨거운 취재경쟁을 벌였다.

월드컵한국조직위원회(KOWOC)는 이날 경기장을 찾은 세계 각국의 보도진은 신문기자 1천여명과 사진기자 350명, 방송기자 1천500여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그러나 이날 경기장에는 당초 취재신청서를 제출했던 것보다 많은 기자들이 운집, KOWOC으로부터 대기표를 발급받고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채 남는 표를 기다리는 기자들이 수십명에 달했다.

미디어석에는 세계 유수 통신사들과 전세계 200여개국의 신문기자 700여명이 자리, 개막식의 역사적인 현장을 시시각각으로 전세계에 타전했고 사진기자들도 디지털 카메라 등 첨단 장비를 동원, 경기장의 생생한 모습을 담았다.

방송사는 영국 BBC와 NHK, 독일 ARD, 프랑스 TF1 등 90개사가 현장에 아나운서와 해설자를 보내 개막식과 첫 경기인 프랑스-세네갈전을 자국으로 생중계했다.

쭛…영국 런던의 도박사들은 개막전에서 프랑스가 세네갈에 0대1로 패배하자 일제히 프랑스의 우승 가능성을 하향 조정했다.

스포츠 베팅 전문업체 래드브록스는 종전 3대1 이었던 프랑스의 우승 가능성을 6대1로 내려 잡았다.

대신 이탈리아의 우승 확률은 5대1에서 3대1로 껑충 뛰었다.

래드브록스의 경쟁업체 윌리엄힐은 프랑스의 우승 확률을 3대1에서 5대1로 조정하고 종전 150대1 이던 세네갈의 우승 확률은 66대1로 높였다.

프랑스-세네갈 경기에 앞서 세네갈의 승리에 8대1로 베팅했던 래드브록스는 "프랑스의 패배는 월드컵 사상 최대의 이변"이라고 논평했다.

○…월드컵경기장의 그라운드가 세계 축구스타들의 경연장이라면 로열박스는 최고위급 인사들을 포함한 각국 귀빈들이 대거 참석한 '외교 월드컵'의 무대가 됐다이날 행사에는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 공동주최국인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최근 독립한 동티모르의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 등 7개국의 전.현직 국가원수 또는 정부수반이 참석했다.

그외의 정상급 인사로는 토미 레멘게사우 팔라우 대통령, 피에르 찰스 도미니카 총리, 미겔 앙헬 로드리게스 코스타리카 전 대통령과 나미비아 및 세인트키츠네이비스의 총리 등이다.

이밖에 동티모르, 몽골의 외무장관 및 프랑스, 터키, 스페인, 세네갈 체육장관을 포함한 약 20개국의 각료급 인사도 상암동 경기장 로열박스를 차지했다.

앞서 각국 귀빈들은 경호와 의전을 감안해 개막식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숙소를출발, 경호 당국의 호위속에 2-3분 간격으로 경기장에 속속 도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한동 총리를 비롯한 주요 각료들과 이틀전 퇴임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 민주당 노무현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등 여야 정치인과 전두환 전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 이홍구 전 총리 등 각계 원로들도 대거 참석했다.

한복을 입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개막식전 국내외 귀빈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이번 대회의 개최에 성원을 보내준데 대해 감사를 표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이번 대회기간중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 알렉산드르 크바시니예프스키 폴란드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등도 방한할 예정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