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엄마보다 더 커버린 첫 딸, 그리고 이제 제법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아들, 그 두 아이 외에 또 한 아이가 있다. 원래 계획에 없었지만 뒤늦게 생겨서 낳은, 유치원에 다니는 예쁜 막내딸이다.
연구실에 있다가도 이 아이를 생각하면 얼른 가서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 이 아이를 볼 때면 갑자기 나의 표정이 너무 너무 달라진다고 아이 엄마는 오히려 그러지 말라고 말릴 정도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아이가 뜻밖의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아빠, 아빠 정말로 박사 맞아요?" 그래서, 교수들은 거의 다 박사이고 박사학위 받은 패도 집에 놓여있지 않느냐고 반문을 했다. 그런데 그 때,"그래요? 그러면 내가 정말로 박사가 맞는지 시험해볼래요".
그러더니 손을 끌며 자기가 쓰던 문구 앞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색종이가 놓여 있었다. 그 중에 한 장을 주면서 "아빠, 이걸로 학을 만들어 보세요. 학을 만들 줄 알면 박사가 맞는 것으로 할게요"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들 줄 모른다고 하니까, 그 얼굴에 잔뜩 실망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아빠, 그러면 한 가지 더 시험해 볼게요"하더니 동요 중에 무슨 노래를 불러보라는 것이었다. "아빠는 그것도 못 부르는데…" 그러한 아빠를 보고 그 아이는 더욱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 우스갯소리를 아무에게나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면서도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다. '혹시 나도 남을 나의 잣대에 맞추어 생각하고, 나의 기준대로 평가하고 또 말하고 있지는 않는가?'하는 것이다.
판단의 기준! 이것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남을 판단하기에 앞서서 과연 분명한 기준이 나에게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스스로 반문해 본다.
이춘길(경일대 교수.섬유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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