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TV시청 지도를 할 때 '이 프로그램의 내용은 현실감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마찬가지로 수십 명의 주부들이 모인 자리에서필자는 "드라마 '위기의 남자'는 과연 현실감이 있는가?"라고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이 "그렇다"고 수긍했다.
주인공 이금희(황신혜분)의 맞바람에 대해 많은 주부들이 "남편의 외도로 인한 맞바람을 피우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금희도 여자로서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며 동정론을 폈다.
"아빠는 저 아줌마랑 살고, 엄마는 엄마 좋아하는 아저씨랑 살고, 우리는 우리끼리 살면 되잖아"라고 울부짖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 주부는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말로 현실성이 있음을 대신했다.
이처럼 주부들이 있을 수 있는 현실 속의 얘기로 받아들이면서 MBC월화드라마 '위기의 남자'에 푹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 중계에 밀려 조기종영되자 비난섞인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신에게 뇌물을 주려던 하청업자의 자살로 충격을 받은 동주(김영철분)는 아내 금희와 세 자녀를 두고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는다. 그때 10년 전 첫사랑 연지(배종옥분)가 나타나고, 결국 동주는 가족을 팽개치고 연지와 동거한다.
금희도 생계를 위해 찾아나선 출판사에서준하(신성우)와 맞바람을 피우는 것이 이 드라마의 줄거리다.그러나 '위기의 남자'는 너무 자극적인 상황연출로 시청자들을 민망하게 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물론 불륜을 소재로 할 때는 자극적인 내용에 대한 묘사가 불가피할 수 있지만, 동주와 연지가 한 침대에 있을 때 금희가 찾아와 망연자실한 장면,동주와 금희가 각자의 파트너를 동반한 채 호텔에서 서로 맞닥뜨린 장면 등은 극 전개상 그토록 노골적으로 묘사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대담성을 보였다. 금희가 아이들을 팽개치고 준하와 비행기에 함께 오르는 장면에서는 '위기의 남자'인지 '위기의 여자'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 40대 시청자들은 남편의 배신에 분노하는, 새 사랑을 받아들이고 싶지만 모성을 포기하지 못하는 황신혜의 살아있는 연기를 보면서 맞바람은 비난하지만 그녀의 행복을 바라는 모순을 갖고 있다.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의 세심한 내면연기 속에서 오는 갈등을 지켜보면서불륜이 정당성이 부여된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라 크나큰 고통도 함께 수반되는 사랑임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 점이 바로 이 드라마가 준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미디어모니터회 류순희 soon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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