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 사회에서 총장 선거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지난 5월 31일자 독자마당에 실린 경북대 이정호 교수의 '매일시론'도 이런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글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글중에는 모순이 내포돼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 교수는 '총장 직선제'가 독재시절 정부나 재단이라는 기득권 세력과의 투쟁 속에서 얻은 민주화의 열매라고 규정한다.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 '총장 직선제' 속의 기득권 세력은 대학 교수들이다.
그들을 향해 교직원이나 학생들이 선거 참여를 요구하면 '지나친 민주주의'라고 반박한다. 10여년 전 재단이나 정부가 교수들을 향해 외치던 '지나친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듣는 것 같아 씁쓸하다. 총장 선거는 단순히 '교수회 의장' 선출이 아니다. '교수회 의장'은 교수들이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총장은 교수·교직원·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의 대표이면서 지역 사회를 대표하는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어야함은 물론이다. 총장이라는 자리가 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보다 중요하지는 않을진대 단순 노동자 출신의 '바웬사'가 대통령이 되는 세상이고 고졸 출신의 여당 대통령 후보도 있는데 총장은 꼭 교수들이 해야 하고 교수들만 투표해야 한다는 성역(聖域)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교직원·학생이 투표권을 가지면 그들에게 잘 보이려는 공약을 내게 되므로 학내 개혁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문제점이 교수라고 해서 비켜가는 것은 아니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교수들을 위한 공약이 우선한다. 교수 연구동을 증축하고 교수들의 복지 혜택을 늘리고 연구비를 증액하고 하는 식으로 총장 직선제는 후유증을 낳고 있다. 당장의 표를 위해서는 교직원과 학생의 여망은 후순위로 밀려날 뿐이다. 결코 침소봉대가 아닌 대학의 현실이다.
배우는 학생들이나 모든 교직원들이 교수들과 동일한 투표권을 달라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어떤 식으로든지 그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입후보자는 그 대학 학생들의 연명 추천서를 500명 이상 첨부해야 한다거나, 교직원의 다수 대표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 시도되지 않은 모험이지만 그것이 상식적이고 민주적이라면 과감히 수용할 수 있는 진보적인 집단이 바로 대학 세계이다.
김이정(대구시 입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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