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등학교의 모든 과목에 수행평가가 필수로 되어 있기 때문에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행평가의 방식엔 여러 가지가 있다. 논술, 신문 제작, 보고서, 역할극, 실험보고서, 스크랩, 체험보고서, 만들기 등등이다. 교과목의 특성이 수행평가 종류의 선택을 좌우한다.
그리고 개인별로 하는 경우도 있고, 연극처럼 혼자하기 힘든 경우엔 조별로 과제 부여를 하기도 한다.나의 경우엔 연극 방식으로 수행평가를 택한 것이 벌써 4년째다. 조별 인원을 줄이고 다른 과목과 손잡고 하는 등, 해마다 문제점을 보완해서 실시하고 있지만, 조별 평가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열심히 해도, 게으른 아이들과 한조가 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일을 당한 입장에선 분명 속상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해엔 조내에서 평가의 차이를 두기도 해 보았지만, 아이들의 관계가 오히려 평가로 인해 멀어지는 것 같아서 그만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극화 방식의 조별 평가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아이들의 발표를 보면서 아이들의 뛰어난 가능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식 수업에선 아이들은 인형처럼 가만히 앉아서 일방적으로 듣기만 해야 한다. 갈수록 산만함의 정도가 심해지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이것처럼 고역인 것이 없다.
아이들이 앞에 나와서 연극을 하면 그런 일이 없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떠든다고 꾸중듣던 아이들이 연극할 땐 특유의 끼를 발산하여 아이들의 배꼽을 움켜쥐게 만들곤 한다. 프리젠테이션을 제작해서 주제 발표를 할 땐 웬만한 교사들보다 아이들 수준이 훨씬 높다. 우리가 모르는 자료들을 인터넷 곳곳에서 찾아 와서 깜짝 놀랄 만한 자료들을 보여 준다. 교사인 나보다 내용 요약을 잘 한다는 생각이 드는 팀이 꽤 있다.
학교는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공간의 역할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진정 무엇일까?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들과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협동할 수 있는 포용력, 남 앞에서 자신의 소신을 조리있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주어진 테마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창의력 등이다.
조별 수행평가를 통하지 않고는 길러질 수 없는 능력들이라고 생각한다.수행평가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과목마다 특별실이 필요하다. 수행평가가 수업시간 내에 이뤄질 수 있다면 대부분의 공정성 시비가 줄어 들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필요한 도서의 열람, 인터넷 검색과 인쇄, 복사 등의 설비가 학생들에게도 제공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현재 교과목마다 필수로 되어 있는 수행평가가 선택 사항으로 되어야 한다. 중학교의 경우 12개 정도의 과목마다 모두 수행평가가 있으니, 아무리 평가시기를 조정한다해도 골고루 분산시킨다는 것은 힘든다. 때론 수행평가를 하고 싶지 않은 교과조차도 시교육청의 지시에 묶여서 '억지 춘향이'를 해야 한다.
수행평가를 하는 과목수가 줄면 학생들의 부담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반당 인원수도 지금보다 훨씬 줄어야 한다. 수업시간내에 조별로 지도를 해주려고 하면 인원수가 너무 많아 교사 혼자서 감당해내기 어렵다.
물론 교사도 평가방식이나 시기, 평가량의 적정성에 대해 아이들의 입장에서 끊임없는 고민과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학부모나 학생들도 너무 민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끼리 서로 오해하고, 서로 원망하는 소모전을 하는 것보다, 교육의 3 주체로서 힘을 모아 제도의 미비한 점이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박영숙(구암중학교 교사)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주진우, 김민석 해명 하나하나 반박…"돈에 결벽? 피식 웃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