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후버 대통령이 남긴 교훈

"만약 나를 태워주지 않으면 대통령선거에서 후버를 찍겠다". 얻어 타는 자동차로 미국전역을 여행하는 데 성공한 여행가의 성공비결은 간단했다.

당시 후버 대통령은 두 달 내에 번영이 찾아 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어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활달하고 즐겁게 웃는 일이다.

어떤 어려움도 재미난 농담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고 국민을 설득했다. 결과 미국은 대공황을 맞았다. 후버의 얼빠진 낙관주의가 나라경제를 엉망으로 만든 탓이다. 대중문화는 경제와 반비례하는 것.

후버가 할리우드 영화의 최고전성기를 이루었다. 매주 평균 8천500만명이 영화관을 찾아 25센트의 요금을 내어놓을 정도였다.

시간을 죽이는 곳으로 극장이 최고인 까닭이다. TV가 없던 시대에 라디오도 마찬가지. 대중은 노래나 연속모험드라마에 흠뻑 빠졌다.

덧붙여 '금붕어 삼키기'라는 놀이가 유행하여 300마리를 먹어치운 사람이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관객 23만명, 입장수입 180억원, 순 입장수익 70억원, 협찬금 외 기타 수익 계속 늘어날 예정. 6월말로 막을 내리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결산이다.

지역의 영남대학교에서 연극반 활동을 했던 기획자 설도윤은 "대중문화의 발전에서 가장 우선적 과제는 역시 자본"이라고 못박는다. 이 뮤지컬이수준 높은 예술로 칭송 받는 이유도 결국은 거액의 제작비가 투자되었기에 가능하다는 의미겠다.

1930년대 후버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돈이 많아야 문화가 발전한다. 우선은 문화품목이 대형화되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컬러 TV등장으로 소비자의 눈높이가 엄청나게 높아졌다.

그래서일까.지금은 모든 게 화려해야한다. 화려한 만큼 제작비도 엄청나다. 소비자의 필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다르다. 대중을 교육시키고 훈련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대중과 무관하게 지역의 역사성을 배경으로 지역문화를 창조할 수도 있다.

실험성 짙은 작품을 제작하는 일도 가능하다. 물론 이런 일들은 하는 데 필수요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문화적 식견이다. 흘러간 가요 멜로디에 천박한 노랫말을 입혀 유권자와 상관없이 끝까지 틀어대는 후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욕설이나 일삼는 후보가 해 낼 수 있는 일은 더욱 아니다. '후버신발'은발바닥에 구멍이 난 신발. '후버후보자'는 무엇에 구멍이 난 사람일까. 능력이나 도덕성에 구멍난 사람이면 안 되는데….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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