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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茶문화 속내 들여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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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70여개국 수십억 인구가 하루에 20억컵이나 마시는 지구촌 제일의 마실거리 차(茶.Tra). 우리가 실생활에서 마시는 음료의 수준을 뛰어넘어 교양인이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은 차문화 속을 한꺼풀 뒤짚어 보면, 동서양의 지식인 문화는 물론 음식문화와 예절 등 다양한 문화사 전반이 담겨있다.

서양 문화사와 지성사를 중심으로 유럽문화 전반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해오고 있는 이광주(인제대 명예교수)씨의 '동과 서의차 이야기'(한길사)는 이같이 동서양 차문화의 이야기를 다룬 고품격 에세이이다.

한 교수는 먼저 차의 본고장인 중국을 등장시키며 최초의 다인(茶人)이자 최고의 다인이었던 육우(陸羽)와 그가 남긴 차에 관한 최고의고전 다경(茶經)을 소개하며, 동양 차문화의 본질을 다선일미(茶禪一味)로 요약한다.

그리고 일본에 전해진 차문화가 무사계급을 통해 지나친 격식과 엄숙주의에 경도되면서 융통무애(融通無碍)한 경지가 훼손됐음도 지적한다.서양의 일상문화에서도 커피와 차의 출현은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프랑스의 저명 역사가 미슐레는 커피와 차는 중세적인 검과 술의 전사(戰士)문화에 종지부를 찍고 여성중심의 사교문화를 꽃피게 하는 한편,만인에게 열린 자유로운 담론의 카페문화를 열었다고 설파했다.

영국사람들은 특히 홍차를 즐겨 마신다. 최대의 홍차 생산국인 인도 사람들이 1년 동안 300잔을 마시는데 비해, 영국인들은 1천500잔을넘게 마신다는 것이다. 영국사람들도 18세기까지는 커피를 애용했으나, 중국차와 중국 자기 다완의 영향으로 차문화로 옮겨갔다는게 저자의 분석이다.

어떻게 보면 차문화는 겉치레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란 인간이 자연상태로부터 스스로 벗어나 문명화되어 가는 과정'이란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말을 염두에 둔다면, 차문화는 인간이 보다 고양된 존재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런 산물이다.

미미한 것으로 보이는 녹차 잎과 커피 열매가 가져온 인류문명사 충격은 아편전쟁과 프랑스 대혁명 등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이 전쟁과 혁명이란 드라마를 연출한 것은 인간이지만 그것의 훌륭한 조연 역할은 차와 커피였다는 얘기다.

이 책의 아쉬움은 우리나라의 차문화와 카페 이야기를 후일로 미룬 것이다. 그러나 너무도 풍성한 동서양 차문화의 속내를 들여다 보고, 동서양 문물교류 차원을 넘어 동서양 정신문화의 교류와 새로운 문화의 창출이란 엄청난 역할을 한 '차 '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큰 기쁨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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