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서양 문명의 접촉과 충돌

13세기 전세계의 정치.경제적 판도는 어땠을까?지금처럼 서양인(혹은 백인)중심의 세계는 아니었다. 오히려 몽골제국이 서양을 위협하던 시기였다. 그때까지 서로 문을 닫고 지내던 동.서양은 몽골의 정복전쟁을 통해 처음으로 만나, 상대 문명의 실체를 알게 된다.

문명간의 충돌이 이슈로 떠오르는 요즘, 동.서양의 문명이 처음 접촉했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이들 문명의 교류와 충돌, 상호영향을 따져보는 것도 흥미롭다. 서울대 동.서양사학과 교수 4명이 쓴 '유라시아 천년을 가다(사계절 펴냄)'는 동양을 미개하고무지한 것으로 바라보는 서양중심의 역사적 관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책이다.

중국-러시아-로마-이스탄불-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지역을 탐사한 이들은 "21세기 인류가 문명의 장벽을넘어 보편적 문명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은 상대방을 제대로 알고, 차별의 그림자를 거둬내는 것"이라고 저술의도를 밝혔다.

동.서양의분류의미, 실크로드의 의의, 각 문명의 세계관, 몽골제국의 충격, 동서를 이어준 사람 등을 통해 800년전 문명의 성격과 실상을 정확하게 알려준다.이 책에는 흥미로운 얘기가 꽤 있다.

첫째, 중앙아시아를 찾은 유럽인들의 문명관은 어땠을까. 13세기 중반 적정 시찰을 목적으로 파견된 유럽인 카르피니와 루브룩은 각각 '몽골인의 역사'와 '여행기'를 보고서로 만들었다. 카르피니는 몽골인의 잔인성을 부각시켰고, 루브룩은 비교적 객관적이고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이때문에 카르피니의 보고서는 잘 알려졌고, 루브룩의 보고서는 오랫동안 은폐돼 왔다.

둘째, 역참제의 시작은 몽골인이었나? 몽골인들은 광대한 공간을 잇는 교통수단으로 역참제를 발전시켰고, 그후 몽골의 지배를 거친 러시아가 현대적으로 발전시켰다.

셋째, 몽골의 조상격인 유목민족 돌궐은 문자조차 갖지못한 미개인이었나? 7세기말 돌궐 유목민은 독창적인 알파벳식 문자를 만들어 자신들의 언어를 표현했다. 유목민을 잔인하고 미개한 민족으로 인식하는 것은 중국인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은 때문이다.

넷째, 러시아정교는 어떻게 발전했을까. 몽골 지배때 융성해졌다. 칭기즈칸은 샤머니즘 신봉자였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종교를 동등하게 존중했다. 타종교에대해 잔혹한 행위를 서슴지 않은 서양인과는 상반된 태도이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그 후계자들도 개종을 강요하지 않았고, 정교회와 성직자들에게 면세혜택까지 줬다. 단 성직자들이 칸(황제)의 안녕을 위해 기도한다는 조건으로….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