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박물관 떠나는 김권구 관장

김권구 국립대구박물관장의 이임을 보는 대구 문화예술계는 한마디로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만한 사람도 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시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서는 열린 박물관을 추구하며 대구박물관의 내실 다지기와 외형적인 발전을 위해 발로 뛰던 이력도 그렇고, 문화예술의 대중화를 위한 움직임마다 그가 기울인 노력들이 적잖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김 전 관장이 대구박물관의 인력과 시설 확충을 위한 남다른 열성이 재임기간 중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이다. 그는 이것이 대구시민의 문화적인 자존심과 결부된 문제임을 늘 강조해왔다.

도시규모는 차치하고라도 국립전주박물관과 국립광주박물관의 1.5~2배 가량에 이르는 관람객 수에도 불구, 전주나 광주박물관 보다 턱없이 부족한 전시규모와 전시유물수 그리고 한 직급 낮은 직제와 1/3에 불과한 전문인력이 그 실증이다.

주보돈 경북대 박물관장은 "시민들의 문화적 자존심 회복과 역사문화 고장으로서의 위상 제고를 위한 대구박물관의 직제개편 사업을 미완으로 남긴채 떠나게 돼 아쉽다" 며, 도시규모와 문화적인 수요에 걸맞는 박물관의 인력충원과 직급조정을 위한 김 전관장의 그간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 전 관장은 재임기간 '대구5천년전'·'맥타가트 박사의 대구사랑 문화재사랑' 등 시민들의 눈길을 끄는 획기적인 특별전을많이 열었다. 특히 월드컵을 앞둔 최근 박물관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은 각별한 평가를 받고도 남는다.

지역 문화계는 박물관 상설 전시실의 4개 국어 설명 판넬 교체와 4개 국어 도록발간과 홈페이지 운영, 8개 국어 팸플릿 발간 등 적은 인력으로 남긴 쉽지 않은 역작들을 주목한다. 월드컵에 즈음한 '한국 전통복식 2천년' 특별전도 대구의 패션섬유산업 고부가가치화를 염두에 둔 김 전 관장의 대작이라는데 이론이 없다.

행정고시(26회) 출신으로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2년간 고고학을 공부한 후 곧바로 대구박물관장으로 부임한 김 전 관장은 지난 4년 2개월간 대구를 고향처럼 여기고 일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대구박물관 사랑과 대구문화 사랑을 거듭 당부했다. 그것은 문화유산에 무관심한대구 사람들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충북 보은이 고향인 그의 대구의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남다른 노력과 못다한 과제는 이제 후임 관장과 시민들의 몫으로 남았다.김 전 관장은 서울의 용산박물관 건립 추진기획단 전시과장으로 전보되고, 후임에는 대구박물관 내부에서 승진 발령될 것으로 알려졌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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