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모 미술잡지에 이제 막 중년에 접어드는 어느 화가의 삶이 실려 있었다. 그림에 소질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보낸 어린 시절,그 후 미대에 들어가 나름대로 재능도 인정받았지만 졸업 후 정식으로 화가라는 이름을 달고 살면서 보냈던 시간과 만족스럽지 못한 현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짧은 자서전적 글이었다.
그는 흔히 말하는 잘 팔리는 유명한 화가도, 그렇다고 전시회를 열어 주겠다는 화랑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그런 화가였다. 그의 꿈은 열심히 좋은 그림을 그려서 화랑에서 전시도 하고 그의 그림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 경제적 안정도 누리며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꿈은 아직 너무 멀리 있고,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림을 그리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는 어려운 생활에 지쳐 이제 화가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은 원망하는 듯도 보였다.
그는 무능한 화가, 실패한 화가일까? 그림이 잘 팔리고 전시회를 열어주겠다는 화랑이 줄을 서고 후원자가 있는 화가는 능력있는 화가 성공한 화가일까? 평범하지 않은 화가로서의 삶은 단지 그림이 좋고 그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된다.
대학을 나오면서부터 시작되는 화가로서의 삶은 당장에 부딪히게되는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남들이 알아주는 특별한 직업도, 보장된 미래도 없다.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막연하기만한 화가의 길에 이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가족과 함께 겪는 경제적 어려움도, 누구와도 함께 나눌 수 없는 외로움과 긴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화가들의 삶이 과연 그들의 그림에 의해 사회적 성공과 실패로 나눌 수 있는 것일까? 누가 그림이 잘 팔리고, 누가 이름을 얻은 화가인가를 따져서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림 그리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수많은 화가들의 삶은 그 자체로 위대하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세상의 것으로부터의 결별을 할 수 있는 사람, 정답도 없고 끝도 없는, 아무것도 보장해 줄 수도, 보장받을 수도 없는 일에 평생을 걸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사람, 그에 따르는 고통을 묵묵히 이겨내는 사람, 그렇기에 세상의 모든 화가는 위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미술평론가-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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