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를 야외에서 공연하기로 결정했을 때, 연출가는 예술적인 완성도와 축제라는두갈래의 갈림길에서 확실하게 축제쪽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야외공연이 가지는 한계, 즉 마이크 사용이나 관객통제불능에 따른 소란스러움이나 산만함 등 일정부분에대해서는 어려움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7~9일 사흘동안 대구야외음악당에서 열린 대구시립오페라단의 '투란도트'는 축제라는 측면에서의 확실한 성공과 함께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월드컵 기간임에도 사흘동안 6만여명 이상의 관객이 몰려들어 대구시민들의 오페라 열기를 반영했다. 대부분 간단한먹을 거리를 준비한 가족들로 오페라판을 축제판으로 만들려 했던 의도는 적중한 셈이다. 약간의 소란스러움은 있었지만 2시간여동안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관객들의 관람자세도 문화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축제로 꾸민만큼 볼거리도 충분했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황금빛 대형무대는 대구 오페라사에 남을 정도의 웅장함을 자랑했고, 주역들의 탄탄한 실력과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복장, 중국경극단의 묘기, 예기치 못한 불꽃 놀이,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참여 등은 단순 축제마당을 '예술적인 축제마당'으로 끌어올렸다.
한국적인 것을 강조하기 위한 한복차림의 '류'가 다소 어울리지 않고 이튿날(8일) 공연때 세찬 바람으로 솔리스트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체적으로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투란도트'를 봤었다는 김성종(내과전문의)씨는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와 등장인물들의 완벽한 복장, 솔리스트들의 기량, 관객들의 진지한 자세 등은 칭찬받기에 충분했다"며 "이러한 오페라를 시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대구의 큰 자랑"이라고 말했다.
이번 오페라에서의 아쉬운 점은 이 화려한 무대가 단 사흘간의 공연으로 사장된다는 것. 외국의 경우는 흔하겠지만 이번 오페라에 들어간 4억5천여만원은 평소 대구시립오페라단의 한 작품 공연예산이 1억2천~3천만원 선임을 감안하면 다시 만나기 힘든 대형공연임은 분명하다.
주역으로 출연했던 한 솔리스트는 "이러한 대형무대에 출연한 것 자체가 영광이지만 3개월간의 피나는 연습끝에 단 하루 출연하고 그만둔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며 "연장공연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3회 연장공연을 할 경우, 출연진들의 개런티와 개별일정, 음향.조명비 등 2억여원의 추가 경비가불가피하다는 것.
김완준 대구시립오페라단 감독은 "현실적으로 연장공연은 예산문제로 불가능하다"며 "아쉬운 데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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