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票心은 無心, 이래선 안된다

6.13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10일 현재 전국 유권자의 66%가 '투표 부동층'이라 밝힌 중앙선관위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아직도 10명중 6명이상이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표심(票心)을 결정하지 않은 무관심층인 데다 이런 추세라면 60%이상이 이번 선거에서 기권할 것이라니 이러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표류할까 걱정이다. 어쨌든 과거 1998년 지방선거 당시 투표 3일전의 부동층이 25%정도였다는 조사결과에 비춰 보더라도 '부동층 66%'라는 조사결과는 너무했다.

유권자들이 이처럼 선거에 냉담한 것은 지방선거가 월드컵의 열기에 밀려난 측면이 물론 없지않을 것이다. 또 영남권 경우 한나라당 일방의 선거구도가 성립, 무투표 당선 지역이 수두룩해서 어차피 선거 분위기 자체가 어우러지지 않은 점도 꼽을 수 있다.

또 이번 선거를 연말 대선 전초전으로 이용하고 있는 각 당의 당략(黨略)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권자들을 이번 선거에서 냉담하게 만든 것은 '정치 혐오감'때문이라고 본다. 우리 국민은 국정은 외면하고 지나친 집권욕으로 정쟁만 일삼는 정치에 실망, 아예 이번 선거를 외면하고 있다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다.

지금처럼 월드컵에 대한 전국민의 열기가 뜨거운 이 마당에조차 원(院)구성도 못하고 추태나 부리고 있는 무기력한 국회와 그 정치에 대해 '무관심'과 '투표 기권'으로 철저하게 꾸짖는 게 바로 이번 지방선거의 표심(票心)이 아닌가 한다.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쪽은 이러한 부동계층의 확산 추세에 대해 "부동층의 저변에는 우리당 지지세력이 많다"는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면서 부동층 흡수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한다.

물론 양당의 부동층 흡수 노력이야 마땅히해야 하겠지만 양당은 이에 앞서 무엇때문에 선거에 냉담한 계층이 이처럼 늘어났는지를 알고 자성부터 해야할 것이다. 유권자들 또한 밉더라도 다시한번 선거에 관심을 갖고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나마 누구를 찍을지 살펴서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정착단계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멍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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