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뚝배기 인정' 월드컵 사절 '톡톡'

겉으로 드러나는 대구의 인심이 월드컵을 계기로 속인심 못잖게 후해졌다. 속정은 깊지만 무뚝뚝한 말투와 기질 탓에 친절에 익숙지 않은 대구 시민들이 이제 '뚝배기 인정'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외국인이나 외지인을 만나면 친절히 길을 안내하고 도로에서는 외지 번호판을 단 차량에게 양보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

친구 결혼식 참석차 지난 8일 1년만에 대구에 온 이상훈(35.회사원.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씨는 "네거리에서 엉뚱한 차로에 진입, 당황했으나 뒤차들이 선뜻 양보를 해 줘 차로 변경을 쉽게 했다"며 "대구에 이틀간 머문 동안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을 켜 대는 모습이 크게 줄어 예전과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기원(37.상인.대구시 북구 칠성동)씨는 "월드컵 개최 도시라는 자부심이 생기면서 외국인들과 내국인 관광객들을 따뜻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월드컵 경기가 열리면서 더욱 1등 시민이라는 생각에 교통질서도 더 잘지키고 남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혜숙(47.대구시 북구 침산동)씨 가족은 자원봉사자가 아니지만 한-미전을 관전키 위해 대구에 온 미국인 학생 제이콥(16)군을 우연히 알게돼 그의 친절한 안내자가 됐다.

조씨 가족은 지난 9일 제이콥의 대구관광을 안내한 뒤 집으로 초청해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하회탈을 선물했다. 한-미전이 열리는 10일에는 그를 월드컵 경기장까지 안내했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3동 ㄷ모텔은 투숙한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장미꽃과 전통부채를 선물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월드컵 기간 대구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홈스테이를 제공하는 가정들도 대구의 인심을 알리는 민간외교사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홍그루(61.대구시 수성구 상동)씨는 "월드컵이라는 세계인의 축제에 동참하기 위해 외국인 초청을 계획했다"며 "작지만 친절과 배려를 통해 한국인의 정서를 외국인들에게 알려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이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홈스테이를 제공받은 미국인 더글라스 조스닥 부부는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는 대구 사람의 친절이 너무 정겹다"며 "한국과 대구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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