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의 포커스-6.13 지선 결산

6.13 지방선거가 16일간의 길고 숨가빴던 대장정을 마감했다.이번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정치불신에다 월드컵 열기까지 겹쳐 사상 유례없는 '선거 무관심' 현상을 빚었으며 한나라당 바람이 붙박이처럼 자리잡으면서 지방의원 선거구의 상당수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단독 출마하는 현상을 낳았다.

특히 무소속 출마자들은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한나라당 정서라는 '이중고' 속에서 선거기간 내내 자신을 알리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힘든 선거를 치렀다.

또 공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한나라당은 상당수 지역에서 당 관계자나 출마 예정자들이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되거나 공천 불만을 품고 탈당하면서 '경선무용론' 등 내홍을 겪었다.

▨광역단체장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선거 모두 지방의 대표자를 뽑는 지선의 의미를 무색케할 정도로 '정책 쟁점'이 실종된 선거였다. 또 지난 1.2대 선거처럼 일정한 지지도를 가진 거물 정치인들이 이번에는 대거 빠지면서 가뜩이나 낮은 선거관심도를 더욱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문희갑 현 시장의 불출마 속에 치러진 대구시장 선거의 경우 후보간 자질공방으로 선거기간을 흘려 보냈다. 특히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이 후보측이 끈질기게 제기한 '병역기피 의혹'에 대해 조 후보측이 이 후보 가족의 '러브호텔 ' 운영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두 후보의 감정 싸움은 인신공격의 선을 넘나들기도 했다.

따라서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 구청장 출신의 젊은 후보가 일대일 구도로 붙었다는 점에서 선거 초반에 모아졌던 관심도나 팽팽했던 긴장감은 상대 후보의 약점만을 파고드는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많이 퇴색됐다. 이 과정에서 선거의 본질인 정책이나 인물(능력) 대결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선거초반부터 '돈 안쓰는 자원봉사자 중심의 선거운동'을 선언,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저비용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점은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기존 선거의 단골 메뉴인 각종 사조직이나 대규모 청중 동원 없이 두 후보가 법정 선거운동 비용 7억8천만원에도 휠씬 미치지 못하는 5~6억원 정도를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의근 현 지사의 단독 출마가 예견됐던 경북도지사 선거는 조영건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 선거의 모양새는 갖췄으나 유권자의 '인물 선택권'은 사실상 실종된 상태에서 끝났다. 지명도가 극히 낮은 조 후보와 3선에 도전하는 이의근 현 지사가 맞붙으면서 처음부터 게임 자체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지사 7년 도정에 대한 평가나 정책 제안 등 선거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조차 부각되지 않았을 정도다.

▨기초단체장.광역의원

대구.경북 지역 기초장.광역의원 선거는 지난 98년 6.4선거 때와 선거운동 패턴이 대동소이했다.

고질적인 금권시비는 좀 숙졌다고 해도 상호비방과 흑색선전 시비 등은 끊이지 않았고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이 한나라당 공천자의 자질을 문제삼는 등 소위 네거티브 공격도 되풀이됐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구 중.동.서.남구, 안동, 문경, 예천, 김천, 구미 등지. 이중 문경.예천지역은 고발사건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또 지난 지선 때부터 자리잡은 TV매체를 통한 후보간 토론도 한나라당 후보들의 토론기피로 제대로 성사되지 못했으며 기껏 열린 토론도 정책대결 보다는 상대의 허점이나 약점을 노출시키는 '고자질판'이 되다시피했다. 대구 남구청장 무소속 양동석.박형룡 후보는 한나라당 이신학 후보의 TV토론 기피를 줄곧 성토했었고 또 다른 대구 구청장 후보도 토론을 거부, 예정됐던 라디오 방송토론이 무산되기도 했다.

특히 월드컵 축구 열기로 지선 분위기가 얼어붙어 선거날이 임박해도 누구를 택할지 모르겠다는 부동층이 크게 늘었다. 시.도 선관위조차 비상이 걸릴 정도였다. 또 황대현 달서구청 후보, 박영언 군위군수 후보와 14명의 대구.경북 광역의원 후보는 끝내 경쟁자가 나서지 않았다. 당연히 광역의원 선거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떨어져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무소속 후보들의 고전이 극심했다.

병역기피 의혹도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구미시장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의혹을 물고 늘어졌으며 영천1선거구의 한나라당 도의원 후보는 자신의 병역을 동생이 대신 감당한 사실이 들어나 후보간 해명과 반박이 거듭됐다.

신당을 창당한 한국미래연합의 '투지'도 관심거리였다. 박근혜 대표가 시장.군수 후보를 낸 구미.칠곡.상주.경주.청송지역에 상주하다시피하며 지원유세를 강화, 일부 지역의 판세가 막판까지 들썩이기도 했다. 또 김천, 칠곡, 울진, 울릉, 영양지역의 무소속 후보들도 한나라당 정서를 뚫고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여 예측불허 상황을 낳았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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